[사설] 이 정도 추위에 지하철이 끊겨서야

입력 2012-02-02 18:23

서울지하철이 한파에 맥을 못 추고 주저앉았다. 천안을 떠나 청량리 쪽으로 운행하던 전동차가 2일 오전 7시22분쯤 서울역에서 갑자기 멈춰 서버린 것이다. 코레일은 뒤따라 도착한 전동차와 연결해 고장 차량을 밀어내고 운행을 재개하려 했으나 이 과정에 고장 열차가 다시 선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났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구로역에서는 전력공급이 끊겨 한때 1호선 상하행선 운행이 완전 중단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출근길 시민들이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문제는 이번 추위가 천재지변이 아니라 한파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충분히 예고됐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이날 아침에 영하 17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했고, 실제로 서울지역의 기온이 영하 17.1도를 기록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코레일은 시스템 부재보다는 추위 자체가 문제라는 식의 핑계를 대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추운 날씨로 인해 열차 고장이 발생한 것이 처음도 아니다. 2010년 1월6일 퇴근길에 서울 이문동 외대앞역에서 열차가 멈춰 승객들이 50분가량 추위에 떤 적이 있다. 사고는 다음 날과 그 다음 날에도 이어져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1호선 지상구간이 추위에 취약하다고 하지만 이 정도 한파에 전동차 운행이 중단돼서야 어디 철도를 책임진 공기업이라고 할 수 있겠나.

코레일은 차제에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 지난 1월4일 KTX 역주행 사고 이후 발표한 대국민사과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비슷한 사고가 잇따르는 것은 구조 혹은 근무기강의 문제라고밖에 볼 수 없다. 최근 고속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반대하는 일에 골몰한 나머지 안전문제를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서울시 역시 지상구간이 코레일의 책임이라고 나몰라라 뒷짐 질 일이 아니다. 지상구간도 서울지하철의 중요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만큼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하라는 이야기다. 이용자 안전도 확보하지 않은 채 지하철 요금을 한번에 150원이나 올리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