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명계좌의 개인자금 7억원은 또 뭔가
입력 2012-02-02 18:20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검찰에 제출한 소명서를 통해 의원실 여직원 임모씨 계좌에 들어있는 7억원이 자신의 돈이라고 밝혔다. 15년 넘게 이 의원을 보좌해온 박배수씨가 이국철 SLS그룹 회장 측과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구명로비 등의 명목으로 10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임씨 계좌에서 뭉칫돈이 입·출금된 정황이 발견되자 ‘개인 자금’이라고 해명한 것이다.
차명계좌는 떳떳하지 못한 ‘검은돈’이 오갈 때 흔히 사용돼 차명계좌 보유를 인정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를 무릅쓰고 이 의원이 차명계좌로 개인 자금을 관리했다고 털어놓은 속내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보좌관 박씨가 이 회장 측이나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받은 청탁이나 돈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수사가 자신으로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청탁을 받은 적도, 돈을 받은 적도 없다는 주장을 우회적으로 검찰에 전한 것이란 얘기다.
그렇더라도 석연찮은 점이 있다. 7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여직원 명의의 차명계좌에 넣어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경로로 조성한 자금인지가 불분명하다. 검찰은 이 의원의 소명에도 수사를 계속 진행할 방침이라고 한다. 대통령의 친형이라는 사실에 구애받지 말고, 오히려 대통령의 친형이기 때문에 한 점 의혹도 남겨선 안 된다는 각오로 수사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적지 않은 국민들은 보좌관 박씨가 이 회장 측이나 제일저축은행과 접촉하며 금품을 받은 사실을 이 의원이 몰랐을 리 없을 거라고 여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구속 중인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이 2007년 11월말 이 의원 측에 공천헌금으로 2억원을 건넸다는 진술이 한예진 경리담당 직원으로부터 나왔다고 한다. 김 이사장 지시를 받고 1만원권 2억원을 박스 2개에 담아 ‘다소 젊은 이 의원 측 사람’ 승용차 트렁크에 실어줬다는 것이다. 이 의원 측은 부인했지만, 너무 구체적이다. 이 의원은 보다 진솔한 자세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