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학생 첫 공판 내내 고개 떨군채 공소사실 인정
입력 2012-02-01 08:06
1일 오전 11시30분 대구지방법원 별관 5호 법정. 지난해 말 대구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학생 A군(14) 사건의 가해학생 2명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가해학생들은 A군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괴롭힌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검찰에 구속기소 돼 법정에 섰다.
재판 시작 전부터 취재진과 교육 관계자 등이 몰려들어 방청석 30여석이 일치감치 채워졌고, 20여명은 뒤쪽에 서 있어야 했다. 대구지법 제3형사단독 양지정 판사 주재로 심리가 진행됐다.
양 판사는 “이번 사건은 자백사건으로 양형 조사에 충실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해 범죄 사실을 입증이 목적이 아닌 형벌의 정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사석에는 2명의 검사가, 피고인석에는 변호인들이 앉았다. 가해 학생들인 B군(14), C군(14)은 각각 302, 303번이 적힌 카키색 수의를 입고 고개를 숙인 채 법정에 차례로 들어 왔다.
양 판사는 가해 학생들의 인적사항 확인 후 이들에게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가”라고 물었다. B군과 C군은 작은 목소리로 각각 “예”라고 대답했다.
이어 검사의 공소사실 요지 설명과 증거목록 설명이 시작됐다. 검사는 가해학생들이 범죄 사실을 인정해서인지 설명에만 집중했다. 범죄 사실과 증거들을 일사천리로 읽어 내려갔다. B군과 C군은 굳은 얼굴로 머리를 숙인 채 가만히 검사의 설명을 들었다. C군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법정에 앉아 있는 자신의 아버지가 있는 쪽으로 한 번도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피고 변호인들은 별다른 변론을 하지 않고 “빨리 재판을 마치기를 바란다”며 “증인 신청이나 추가 자료 제출 등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B군의 변호인은 게임으로 인한 폭력성 향상 관련 기사를, C군 변호인은 탄원서를 참고자료로 제출했다. 또 양 판사가 “피해자 가족과 합의가 됐는가”라고 묻자 변호인들은 “수차례 접촉을 가졌지만 합의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양 판사는 “다음 재판을 13일 오후 3시 대법정인 본관 11호 법정에서 진행하겠다”고 말하고 공판을 마쳤다. 첫 재판은 30여분 만에 끝났다. B군과 C군은 법정을 벗어난 뒤 포승줄에 묶인 채 호송버스에 다시 올랐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