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의 왕국’ 베네통 상장폐지 수순… 변하는 소비 성향 파악 못해
입력 2012-02-01 19:03
원색의 강렬한 스웨터와 파격적인 광고 등으로 유명세를 탔던 ‘색깔의 왕국’ 베네통이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이탈리아 의류업체 베네통은 1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고 상장폐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31일 보도했다.
베네통은 90년대까지만 해도 개성 있는 디자인과 독특한 광고 등으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수년 동안 매출 부진 문제를 겪었다. 베네통의 시가총액은 지난 2000년 기준 420억 유로에서 7억 유로까지 곤두박칠쳤다.
이 같은 실적 감소에는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들의 소비 성향을 파악하는 데 실패한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한때 ‘반드시 가져야 할’ 브랜드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너무 오래되고 유행에 뒤처져 ‘한때 가지고 있었던’ 추억의 옷이 돼버린 것이다.
유행에 따라 적당한 옷을 만들어 빨리 내놓는 ‘패스트 패션’을 주도한 스웨덴의 H&M이나 스페인의 자라(ZARA) 같은 경쟁 업체들의 등장으로 인한 타격도 컸다. 지난 10년간 H&M의 판매량이 4배, 자라의 판매량이 6배를 뛰어넘는 동안 베네통은 2%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탈리아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도 베네통의 실적악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
베네통은 이탈리아에 매출의 48%를 의존하고 있는데 현재 유로존 위기로 이탈리아의 경제사정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