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정부, 금융위기 촉발한 은행 CEO에 기사 작위 박탈

입력 2012-02-01 18:36

영국 정부가 금융 위기를 촉발한 은행에 단단히 화가 났다. 은행의 당시 최고경영자는 기사 작위를 박탈당했고, 현 총재는 여론에 밀려 보너스를 반납했다.

2008년 말 금융위기 당시 영국 은행 로열뱅크오브 스코틀랜드(RBS)의 최고 경영자였던 프레드 굿윈의 기사(Knighthood) 작위가 박탈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런던 금융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2004년 굿윈에게 수여했던 기사 작위를 이날 박탈했다. 여왕은 매년 사회에 공로가 큰 인물들을 골라 기사 작위와 대영제국 훈장을 수여한다. 최고 훈장인 기사 작위는 매년 1∼2명만 받는다. 중대 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제외하고 부실 경영 책임을 물어 기사 작위를 빼앗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RBS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던 굿윈은 2007년 네덜란드 경쟁 금융기관인 ABN 암로를 인수하면서 재정 상태가 악화돼 2008년 영국 기업 사상 최대인 240억1000만 파운드(약 44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RBS는 2008년 말 450억 파운드(81조원)에 달하는 영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굿윈은 퇴직 뒤에도 매년 70만 파운드(12억6000만원)의 연금을 받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