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로 마트로… ‘일하는 50∼60대’ 환란이후 최고

입력 2012-02-01 18:56


2010년 말 중견건설사 하청회사에서 퇴직한 김모(56)씨는 약 1년간의 백수신세를 면했다. 명함이 있는 회사는 아니지만 지난해 11월 경기도 의정부 소재 한 택배회사 포장센터 일자리를 구했다. 그는 퇴직 후 친구가 운영하는 부동산 중개소에서 일했으나 돈벌이가 신통치 않았다. 김씨는 “임금이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가족들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20여년간 군 생활을 했던 이모(52)씨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 중령으로 예편한 그는 대기업 예비군 중대장 자리를 얻기 위해 한동안 노량진 고시학원을 다녔으나 포기하고 경기도 일산의 한 빌딩 경비직을 얻었다. 이씨는 “아직 젊고, 아들 학비도 벌어야 한다. 오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일 고용노동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경제활동이 가능한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최고연령층인 55∼64세 연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3.7%다. 이는 2000년 이후 최고치다. 이 연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0년 59.5%에서 2005년 60.2%, 2010년 62.7%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고연령대 근로자가 많아지면서 근로자 평균연령은 2000년 36.2세에서 2010년 39.0세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일자리의 질은 형편없다. 정규직보다는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가 대부분이고, 그것도 젊은 사람들이 꺼리는 마트 야간근무와 경비원이 많다. 여성들의 경우 나이가 많아 마트 계산원으로 받아주지도 않는다. 대다수 식당 설거지 등 궂은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유소에서 일하는 정모(57)씨. 자신이 은퇴한 뒤 부인이 식당에서 일하지만 다섯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엔 수입이 턱없이 모자란다. 정씨는 “돈 들어갈 구석은 많은데 벌어 놓은 것은 없어서 야간 주유원으로 일한다”고 털어놓았다.

대형마트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이모(53)씨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에서 총무 관련 일을 했던 이씨는 퇴직 후 수차례 취업원서를 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는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친구 소개로 경기도 용인에 있는 물류센터 재고품 정리하는 일을 얻었다. 이씨는 “시간당 5100원의 아르바이트지만 수입이 일정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1970년대 산업역군으로 일했고, 부모 봉양과 자녀 뒷바라지라는 이중부담을 고스란히 지며 살다가 정작 자신의 노후준비는커녕 여전히 가족생계를 위해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50대 은퇴자들은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돌봐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현동 기자 hd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