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등 켜진 한국경제] 건설업 체감경기도 ‘악소리’… 물량감소 엎친데 뉴타운 덮쳐

입력 2012-02-01 18:37

공공 공사 발주 물량 감소로 지난달 건설업 체감 경기가 17개월 만에 가장 나빴던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서울시가 뉴타운 정비사업을 전면 재검토키로 하면서 건설경기는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1월 건설기업의 경기실사지수(CBSI)가 지난달보다 9.3포인트 내려간 62.3을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CBSI가 기준치인 100을 밑돌면 현재 건설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뜻이고 100을 넘으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지난달 CBSI는 2010년 8월 50.1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한 달 사이에 9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은 2010년 5월(11.0포인트 하락) 이후 20개월 만에 처음이다.

건설경기 한파는 공공 공사 의존도가 높은 중소업체의 불황이 주요 원인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공공 공사 발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중소업체들이 타격을 받았다. 지난달 중소업체 지수는 전월 대비 25.0포인트 급락한 36.8에 머물렀다.

중견업체 지수는 69.6으로 전월보다 1.6포인트 소폭 상승했고, 대형업체 지수는 76.9로 6.4포인트 떨어졌다. 공공 공사 발주 감소로 지방업체 지수가 47.5로 전월보다 22.6포인트 급락한 반면 서울업체 지수는 73.7로 1.2포인트 올랐다.

건산연 이홍일 연구위원은 “연초 공공 공사 물량 축소에다 혹한기 공사 감소가 겹친 데다 유로존 재정위기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서울시의 뉴타운 정책 전면 재검토 방침에 따라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특히 재개발 물량 의존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는 대규모 재개발사업을 줄이고 기존 거주지의 기반시설을 보완하는 수준의 사업에 역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건설업체들은 수도권 부동산시장 침체로 신규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서울시내 재개발 지역에선 분양이 순조로웠다.

따라서 이런 대규모 재개발 물량이 줄어들거나 사업이 지연되면 대형 건설사들이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거주지를 리모델링하는 수준의 사업은 계속되겠지만 대형 건설사들이 여기에 뛰어들기에는 규모가 적어 물량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시내 뉴타운 정비구역은 대부분 입지가 좋아 가격만 조금 낮추면 부동산 불황기에도 분양이 수월하게 진행돼왔다”며 “그런 물량이 사라지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주택사업이 더욱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