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나경원 공천 배제’ 공방… 친이계 누가 살아남을까
입력 2012-02-01 21:51
공천 작업이 본격화된 한나라당 곳곳에서 친이명박계 숙청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친이계 의원들이 ‘살아남을 자’와 ‘죽을 자’가 누가 될지에 온통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종인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으로부터 연일 공격당하는 나경원 전 최고위원 공천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천이 친이계 배제-친박근혜계 생존식으로 진행될 경우 2008년 ‘친박계 공천 학살’ 때처럼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여자 공천 배제 논란=김종인 비대위원은 1일 라디오방송에 나와 “(나경원 전 최고위원이) 서울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는 건 정치적으로 어리석은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나서 시민들에게 거부당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이상돈 비대위원은 지난 30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 공약을 그대로 이어받았던 나 전 최고위원이 총선에 또 출마해선 안 된다. 그때 선거에 관여한 인사들도 (총선에) 나와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천위원인 권영세 사무총장은 “나도 그때 나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이었다. (서울시장 보선 관여자들을) 다 나가지 말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당내에서는 “그래도 나 전 최고위원 만큼 서울 중구에 경쟁력 있는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누구도 출마를 꺼리던 서울시장 보선에 당을 위한 나간 희생정신을 높이 사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나 전 최고위원의 선대위에는 당내 유력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권 총장을 비롯해 원희룡 박진 이종구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을, 신지호 안형환 이두아 의원이 대변인을 맡았다. 이들 중 불출마를 선언한 원·박 의원을 제외하고 이종구 신지호 안형환 이두아 의원은 친이계로 분류돼 공천이 불안한 상태다.
◇친이계 생존자, 누가 될까=한 친이계 의원은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에) 우리 입장이 전혀 반영 안 됐다. 이대로 가면 친이계 핵심들이 전멸할 것”이라고 위기감을 표현했다.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과 당 대표를 지낸 안상수 홍준표 의원 등이 ‘낙천 대상자’로 거론되면서 이들과 가까운 인사들까지 떨고 있다. 특히 MB정권 심판론 정서가 강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의원들은 “우리 모두 물갈이 대상이 될 것”이라며 좌불안석이다. 반면 정권 초반부터 비판 목소리를 내온 정두언 남경필 김성식 의원 등 쇄신파는 안심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공천위원을 맡은 친박계 현기환 의원이 31일 이재오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공정 공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의원은 “박근혜 위원장의 역량을 최대화하는 동시에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공천을 해 달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현 의원이 전했다. 그는 또 김문수 경기지사의 측근인 차명진 의원과도 전화 통화를 갖고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