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외교관 위원(魏源)
입력 2012-02-01 18:20
중국은 나라 이름 그대로 자기 나라가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사고에 치우쳐 외국을 모두 오랑캐로 폄훼하며 오랜 세월을 버티어 왔다. 그러기에 19세기 초 세계를 호령하던 영국이 외교관계 수립을 요구하자 황제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고두(叩頭)를 요구하기도 했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가 따로 없었다.
급기야 아편전쟁으로 치욕스런 패배를 당한 중국은 그때까지도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자신이 세계 최고인 것처럼 으스댔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이때 광둥성을 출입하는 외국 무역상의 전표 등을 구한 뒤 이를 번역해 서양 열강의 내부사정을 고찰한 사람이 바로 위원(1794∼1857)이다. 동료인 다른 관료들이 모두 서양을 우습게 여길 때 홀로 그들의 힘의 우위를 안 사람이었다.
중간 계급의 유학자로 미언대의(微言大義)를 탐구한 그는 아편전쟁과 태평천국의 난 속에서도 중국이 살길을 연구했다. 서구열강의 압력에 대처하는 방안에 깊이 천착해 펴낸 책이 바로 성무기(聖武記)다. 그는 당시까지 중국을 침입한 외족을 일일이 고찰한 뒤 오랑캐를 다스리는 전통 수법인 이이제이(以夷制夷)를 발전시켜 국가간 세력균형 문제를 제기한 유능한 전략가였다.
미 국무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가 최근 저서 ‘중국 이야기’에서 위원을 높게 평가해 우리들에게 더욱 많이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힘없는 조국의 현실을 바라보며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나갈 방안을 밤낮없이 궁구한 훌륭한 관리이며 외교관이었다. 청 황제가 그의 진언만 새겨들었어도 중국이 그렇게 쉽게 외국에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란 것이 키신저의 평가다.
세상물정 모르는 외교관이 주가조작 세력에 놀아나 나라망신 시킨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스캔들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사상 최초로 검찰 수사관에 압수수색당하는 수치를 겪은 외교부도 자존심이 무척 상했을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의 외교부가 톡톡히 망신을 당하고 있으니 지켜보는 국민들도 맘이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에너지자원도 무기가 되는 세상이 된지 오래됐다. 자원 뿐이랴. 특허 기술, 인재, 정보 등 국가 간에는 모든 것이 언제라도 다른 나라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위원처럼 통찰력 있는 선각자는 되지 못하더라도 맡은 일이나 제대로 하는 외교관이 많았으면 좋겠다.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