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승유 시대 하나금융… 후보군 3명 압축

입력 2012-01-31 19:22


하나금융지주의 앞날은 도전과 시련이 상존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치적 의혹을 극복해야 한다. 형식상으로는 ‘하나은행=김승유’라는 등식이 깨진다고 봐야 한다. 그동안 하나은행의 역사는 인수·합병(M&A) 그 자체이고, 그 중심에 김 회장이 있었지만 이제는 사실상 과거사가 됐다. 김승유 원맨쇼가 불가능해졌다는 것으로, 김승유 없는 하나금융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의미다.

하나금융 사외이사 4명은 31일 회장추천위원회 성격의 경영발전보상위원회를 열고 후임 최고경영자(CEO) 문제를 논의했다. 사외이사들은 김 회장의 역할을 주문했으나 김 회장은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뜻을 강력히 피력했다는 후문이다. 김 회장으로선 본인을 위해서도, 회사를 위해서도 최선의 방안은 아니지만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물론 사외이사들은 여전히 김 회장 재집권 카드를 접지 않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1991년 한국투자금융이 모태였던 하나은행은 그동안 서울, 보람, 충청은행을 잇따라 M&A한 뒤 최근 외환은행마저 품에 안았다. 자산 1조3000억원짜리 은행이 자산 366조원의 대형은행으로 성장, 빅4(우리·신한·KB·하나) 반열에 오른 것이다. 김 회장의 숙원이기도 했지만 규모의 경제를 추종하는 금융계 흐름을 성공적으로 탄 결과다.

하나은행 M&A 역사가 말해주듯 좌절보다는 영광이 많았다. 하지만 미래 상황은 장담하기 어렵다. 덩치는 키웠지만 정치적 측면에서 도전과 시련이 놓여 있을 수 있다. 김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학연(고려대)이 있고, 하나은행의 성장과정에 이런 점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도 정권과의 특수관계가 직간접 영향을 미쳤다는 게 야당을 비롯한 일각의 주장이다. 만일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면 이 부분은 큰 짐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포스트 김승유 시대를 이끌 인물은 누구일까. 우선 김정태 하나은행장과 윤용로 하나금융부회장을 거론할 수 있다. 영업통인 김 행장은 친화적이면서도 카리스마가 있고, 내부를 잘 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금감위 부위원장 출신의 윤 부회장은 기업은행장을 맡아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당분간 하나은행, 외환은행이라는 투트랙을 유지한다면 김 행장이 ‘대권’을, 윤 부회장은 외환은행장을 맡을 수 있다. 하지만 젊은 부행장 중에서 발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사외이사들은 3명 안팎의 후보군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호(號) 선장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는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정치적 의혹을 털면서 동시에 하나·외환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는 성공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또 두 은행의 생산성 차이를 조화시켜야 한다는 점도 숙제다. 하나은행의 1인당 순이익이 1억1260만원인데 반해 외환은행은 1억4478만원이다. 겉으로는 알짜를 인수했지만 저효율 고비용 구조를 깨뜨릴 수 없다는 측면에선 ‘양날의 칼’이다.

박현동 기자 hd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