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은퇴 기자회견 “세 번의 월드컵 무대 축구선수로 행복했습니다”

입력 2012-01-31 19:07

“마음은 2002년인데 몸이 2012년이네요. 축구 선수로서 월드컵이라는 무대를 세 번이나 밟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반지의 제왕’ 안정환(36). 31일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그의 은퇴 기자회견은 눈물로 시작됐다.

“축구화를 신은 지 14년…”이라는 말을 어렵게 꺼낸 안정환은 눈시울을 붉히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감정이 북받쳤는지 안정환은 준비해 온 기자회견문의 첫 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참았던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안정환은 이날 두 차례 눈물을 흘려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마치는 아쉬움을 진하게 토로했다.

그는 “오늘로 축구선수라고 불리는 것이 마지막”이라며 운을 떼고 나서도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한동안 입을 굳게 다물었다. 힘들게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한 안정환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라는 영광스런 대회에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안정환은 이어 “대표선수 생활을 하면서 힘들 때마다 지켜주고 잘할 수 있게 도와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면서 한 번 더 눈물을 쏟았다.

안정환은 눈물의 의미에 대해 “14년 동안 선수생활을 한 것이 순간적으로 지나갔다. 힘들었던 것보단 좋았던 점이 스쳐갔다. 기쁨의 눈물일 수도 있지만 아쉬움이 정말 많이 남는 눈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정환의 월드컵 경험은 그야말로 짜릿했다. 한·일 월드컵에서 안정환은 미국과의 조별리그 2차전 동점골과 이탈리아와의 16강 연장전 골든 골로 한국의 4강 신화 기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훤칠한 외모로 인기를 끈 안정환은 이탈리아 전에서 골든 골을 넣은 뒤 반지를 낀 손가락에 키스를 하는 세리머니로 ‘반지의 제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토고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27분 역전골을 뽑아 월드컵에서만 3골을 기록해 박지성(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함께 월드컵 한국인 최다 골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비록 한 경기도 뛰지 못했지만 한국의 원정 월드컵 첫 16강 감격을 함께 맛봤다.

은퇴 이후 어떤 방법으로든 한국 축구를 위해서 도움을 주겠다고 다짐한 안정환은 유소년 축구 발전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