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추위 구성] 각계 대표선수 ‘깜짝 발탁’… “朴心 묻어난 인선” 지적도

입력 2012-01-31 21:29

‘8 대(對) 3.’

한나라당의 4·11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의 외부 인사 대 내부 출신 비율이다. 2008년 총선 때는 위원장을 포함해 외부 인사가 6명, 내부 출신이 5명이었다. 특히 위원들은 그간 언론을 비롯해 당 안팎에서 거론된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깜짝 인물’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말 비대위원 인선안이 발표 전날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 상당히 언짢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날 일부 기자들이 인선안 사전 유출을 우려하자 “지난번에는 ‘촉새’가 나불거려서…”라며 “이번에는 낙종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계 대표 선수 차출=부위원장을 맡은 정종섭 서울대 법대학장은 개혁적 성향의 헌법학자다. 경희대와 연세대 대학원에서 헌법학 권위자인 허영 교수에게서 수학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재임 때 국회 헌법연구자문위원회에서 한나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과 같이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평소 사법 분야를 포함해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발탁 이유로 꼽힌다.

숙명여대 최연소 총장으로 기록된 한영실 총장 인선에는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와 혁신적 인재 발굴에 주력하겠다는 박 위원장 의중이 반영됐고 평범한 주부에서 엄마 정찰대원 1만명이 참여하는 ‘패트롤맘’ 수장으로 변신한 진영아 회장 발탁은 최근 심각해진 학교폭력 해결의지가 담겨 있다.

박 위원장의 문화계와 이공계 우대 철학도 인선에 반영됐다. 맘마미아, 아이다 등 인기뮤지컬을 기획해 ‘공연예술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는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와 역발상 아이디어로 혁신적 경영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홍사종 미래상상연구소 대표, 우리나라 항공우주 분야 최고 전문가 박승오 카이스트 교수가 선임된 배경이다.

아울러 서병문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 발탁은 최근 비대위가 당 정강·정책 개정안에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명시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MB정권의 대기업 중심 정책과 거리를 둔 중소기업 육성 의지가 깃들어 있다는 얘기다. 이번 위원들은 각 분야 인재를 영입해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하는 업무까지 하게 된다.

◇당 내부 인사는=권영세 사무총장은 당연직 성격이 짙다. 사무총장으로 실무작업을 주도하며 공추위 지원 역할을 하게 된다. 현기환 의원과 비례대표 이애주 의원은 19대 총선에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만큼 사심이 개입될 여지가 적다. 박 위원장과 이 의원의 개인 인연도 흥미롭다. 그는 74년 8월 15일 박 위원장의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가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총탄에 맞은 뒤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을 당시 수간호사로 수술을 도왔다.

◇친박 냄새와 법조당 비판=당내에서 외부 인사 비중이 높아도 결국은 친박근혜계 영향력이 묻어난 인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 사무총장은 최근 박 위원장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현 의원은 친박계 핵심 중 한 명이다. 특히 정 부위원장은 권 총장의 서울법대 동기이자 친박계 주축인 유승민 전 최고위원과 경북고 동기다. 이 의원은 18대 초기 친이명박계로 꼽혔지만 지금은 색채가 거의 없다.

친이계 한 의원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면서 “비대위는 그렇다 쳐도 공심위는 객관적으로 구성할 줄 알았는데 공심위까지 ‘박근혜 추대위’로 꾸린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공추위에 법조계 출신이 적지 않은 점도 시빗거리가 될 수 있다. 정 위원장이 30년간 검사 생활을 한데다, 권 총장 역시 검찰에서 활동한 바 있다. 정 부위원장은 검사나 판사 경력은 없지만 사시 출신이다. 4년 전 공추위에는 법조계 인사가 2명이었다. 법조계에 대한 국민적 시각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인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