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입다문 민주당, 수권능력 가진 공당인가

입력 2012-01-31 21:39

민주통합당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모바일 투표로 새 지도부를 뽑은 효과를 단단히 보는 것 같다. 다양한 정책을 앞다퉈 내면서 국민들의 시선도 확 잡아끌고 있다. 한때 폐족이라 자처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측 인사들이 함빡 미소를 머금고 지도부를 차지해 천하를 호령하는 기세다.

덩달아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의 지지율도 두 달 새 2배나 뛰어 안철수 서울대 교수를 앞서는 사례도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과도 44.9대 32.6까지 따라잡았다. 이 기세라면 총선은 물론 대선에서도 이겨 집권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다. 문제는 민주당의 현실 인식 수준이 수권정당을 바라보기에는 아직 미심쩍다는 데 있다.

우선 민주당은 허위 사실을 퍼뜨려 실형을 살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이른바 ‘비키니 시위’에 일언반구도 없다. 비키니 차림의 여성이 가슴에 정씨의 석방을 촉구하는 문구를 적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고 나꼼수 방송 진행자가 이를 부추기는 한심한 일을 했는데도 꿀 먹은 벙어리다. 당 지도부가 홍성교도소를 찾아가 정씨를 격려한 것이 엊그제인데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듯하니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

비키니 시위를 유도 내지 조장하는 행위는 마초적 속물근성에 기초한 성희롱에 가깝다. 그런데도 정당 역사상 지도부 여성 비율이 가장 높다는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 한 줄 없다. 무책임의 극치이며 감탄고토(甘呑苦吐)의 전형이다.

전당대회 예비경선 현장에서의 돈 봉투 살포 의혹 사건도 마찬가지다. 검찰이 유력한 용의자의 사무실 압수수색까지 했는데도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다. 수사촉구는커녕 대변인이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에 자료를 요청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돈봉투를 없애야 한다면서 구태정치를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흔적을 도대체 찾을 수가 없다. 국민들은 자기반성 없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습관적으로 침묵하는 무책임한 정당에게는 권력을 맡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민주당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집권에 열망이 있다면 책임 있는 공당의 모습을 보여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