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경 사실 은폐 용납할 수 없다

입력 2012-01-31 18:29

제주 해경이 지난해 11월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했으나 다른 중국 어선들에 탈취당했다. 또 그 과정에서 해경 요원 5명이 손도끼와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중국 선원들에 폭행당해 팔이 부러지는 등 부상했다. 그러나 제주 해경은 비난받을 게 두려워 이를 은폐해온 것으로 30일 뒤늦게 밝혀졌다.

국가 주권과 이익을 수호하는 무장 공권력이 무기력하게 외국 선원들에게 얻어맞고 나포한 불법조업 어선을 탈취당한 것은 큰 문제다. 하지만 사실을 은폐해왔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그로 인해 대책 마련이 늦어진 것은 물론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참사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즉 단속에 극렬하게 저항하는 중국 선원들의 난동 실태가 미리 조명을 받았더라면 불과 한달 뒤 인천 해경 소속 이모 경장이 중국 어선 선장에게 흉기로 찔려 숨지는 사태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제주 해경은 이제 와서 나포한 어선을 포기한 것은 ‘작전상 철수’였고, 요원들의 부상을 중국 어선에 오르다 배에 부딪혀 생긴 것이라고 발표한 것은 ‘사기를 고려’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실 중과부적에 지금보다 훨씬 총기 사용에 제약이 있었을 그때 상황을 감안하면 ‘작전상 철수’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당초 아예 ‘철수’ 사실이 없었고, 부상도 폭행당해서 생긴 게 아니라 사고였다는 식으로 허위 발표한 것은 용납될 수 없다. 궁극적으로 해경의 이 같은 사실 은폐는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및 폭력 저항 근절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해경 뿐만이 아니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막지 못하는 데는 법원의 ‘이상한’ 판결도 한몫 한다.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불법조업을 하다 지난해 12월 15일 구속 수감된 중국어선 선장 2명에게 각각 3080만원의 벌금을 선고하고 하루 노역비로 70만원을 적용해 수감 44일 만인 27일 선고와 함께 석방했다. 내국인의 하루 노역비가 보통 5만∼10만원인데 비추어 지나치게 관대하다. 그러니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이 그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볼 멘 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사실 은폐도 솜방망이 처벌도 더 이상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