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웃으면서도 결정적 순간 냉혈한으로 돌변… ‘범죄와의 전쟁’서 조폭 보스로 연기 변신한 하정우
입력 2012-01-31 18:26
그의 연기 변신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배우 하정우(34)가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는 캐릭터가 다채롭다. 영화 ‘황해’에서는 삶의 밑바닥에서 맴도는 불안한 청년을 맡았고, ‘의뢰인’에서는 능글맞은 변호사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2일 개봉되는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의 전성시대’에서는 조직폭력배 보스로 또 다른 색깔의 인물을 연기한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그가 맡은 최형배는 겉으로는 웃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냉혈한으로 변하는 인물이다. 하정우는 최근 시사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표정 변화가 별로 없으면서 동작도 단순해 특색을 펼쳐 보이기 쉽지 않았다. 제한된 조건 속에서 어떻게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유들유들한 형배를 이해하기 위해 그는 ‘대부 2’에서의 로버트 드니로를 떠올렸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형배라는 캐릭터가 새롭다고 생각했어요. 형배 좀 웃기죠. 그런데 그가 보여주는 희극적인 포인트는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형배가 코미디를 하진 않거든요. 단지 그가 처한 상황이 웃긴 거죠.”
그는 촬영 전에 다른 영화를 참조하고, 예상되는 모든 연기를 철저히 준비하는 성격이다. 즉흥적인 연기보다는 연습과 노력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사전에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며 “실제 촬영에서는 날씨와 온도, 상대 배우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 있지만 대부분 제가 예상한 선에서 벗어난 연기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배우 최민식과는 이번에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최민식에 대해 그는 “현장에서 절대 ‘노(No)’를 안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클래시컬한 선배’”라고 표현했다. 라이벌 조직과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산 최익현(최민식)이 옷이 벗겨진 채 구덩이에 처박혀 두들겨 맞는 대목. 마구 짓밟히고 차이는 이 장면을 최민식은 대역 없이 소화했다.
대학(중앙대) 후배이기도 한 윤종빈 감독과는 ‘용서받지 못한 자’(2005) ‘비스티 보이즈’(2008)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하정우는 “윤 감독이 그려내는 인물들이 흥미로워 그의 영화에 남다른 애착을 느낀다”며 “원래는 제 분량이 꽤 많았는데, 이 영화는 최익현의 드라마이기 때문에 윤 감독과 대화를 통해 많이 삭제했다”고 털어놨다.
틈나는 대로 그림을 그리며 화가로도 활동하는 하정우는 오는 29일 개봉 예정인 전계수 감독의 ‘러브 픽션’에도 나온다. 여자에게 목을 매는 궁상맞은 30대 남성 역할이다. 연기의 톤과 색깔이 전혀 다른 두 캐릭터를 어떻게 보여줄지 관심이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