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의 생태계 대체서식지 성공 사례는… 생물다양성 감소 완화 위한 ‘상쇄제도’ 운영
입력 2012-01-31 18:03
선진국에서는 개발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훼손과 생물다양성 감소를 완화하기 위해 생물다양성 상쇄제도를 운영한다.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야생동식물의 서식지 훼손을 보상하기 위해 그곳이나 다른 곳에 서식지를 복원·조성하는 것은 그중 하나에 불과하다. 습지은행제도, 생태계 훼손에 대한 벌금 부과(미국), 직접 보상 및 보상습지에 의한 대체제도(독일)도 있다.
호주에서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경기가 열렸던 올림픽공원의 벽돌공장 채굴장 터가 멸종위기종인 그린앤드골든벨개구리(GGBF) 서식지였다. 시드니올림픽 조직위는 시드니 도심에서 14㎞ 떨어진 홈부시베이의 폐쇄된 공장과 늪지대에 테니스경기장과 부대시설을 건립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업예정지에서 GGBF 300여 마리가 서식하는 사실이 발견됐다. 연구결과 기존 서식지 인접지에 대체서식지를 조성, 자연스럽게 개구리 이동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홈부시베이에도 서식지가 조성됐고 커넬, 클라이드 등에도 대체서식지가 마련됐다.
독일에서는 1990년대부터 이자강 복원계획과 함께 한때 이 강을 누볐던 수달복원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수달은 80년대부터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거의 멸종했다. 이자강도 60∼70년대 콘크리트화, 직강화로 정비되면서 수달이 사라졌다. 그러나 90년대 말부터 10여년 동안 강 흐름을 살리고 홍수터 주변에 나무를 심은 결과 수달이 돌아왔다.
우리나라는 환경영향평가를 할 때 환경부가 협의조건으로 대체서식지 조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대상지나 인근에 멸종위기종 등이 발견됐을 때 수립해야 하는 보전방안 대신 대체서식지 조성 계획이 나오는 것이다. 대체서식지가 서식지 훼손에 대한 면죄부처럼 남발된다.
실제로 국내에서 개발사업에 따른 대체서식지 조성 협의건수는 1982∼99년 3건에 불과했으나 2000∼2004년에는 17건, 2005∼2010년에는 68건으로 급증했다. 이들 88건의 대체서식지 관련 협의의견 가운데 가장 많은 사업유형은 골프장 등 체육시설로 26건에 이른다. 산업입지 및 산업단지 조성이 12건, 도로건설이 10건 등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대체서식지의 일치된 개념이나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체서식지 조성과 운영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제시되지 않아 사업자마다 해당 생물종에 대한 생태학적 지식도 없이 마구잡이로 제각각 조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는 대체서식지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 오는 3월 발표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대체서식지 조성 때 현지 동식물상 조사를 제대로 반영해야 하고, 주요 생물종에 대한 서식환경 조성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KEI 노백호 연구위원은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면 된다는 생각을 불식시키기 위해 조성된 대체서식지를 합당한 유형의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는 등의 규제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