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정길 목사 '복음주의의 맏형' 다운 아름다운 은퇴 "목회는 오직 하나님 뜻 순종하는 것"

입력 2012-01-31 16:18


[미션라이프] 홍정길 목사는 행복한 목회자다. 오랜 기간 목회했고 수많은 사역을 펼쳤지만 특별한 흠결 없이 ‘복음주의의 맏형’이라는 이름의 격에 맞는 아름다운 은퇴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퇴장은 한 목회자의 은퇴를 넘어 한국교회사의 시대를 구분 짓는 의미 있는 사건이다. 어떤 면에서 홍 목사의 은퇴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복음 일념에 사로잡힌 목회자들이 활동했던 ‘낭만적 복음주의 시대’의 종언을 의미하는 지도 모른다. 한국교회는 이제 ‘복음주의 4인방’이 없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누가 옥한흠 홍정길 이동원 하용조 목사를 이어 한국교회의 새로운 부흥을 주도할 것인가.

지난 30일 서울 일원동 밀알학교 이사장실에서의 인터뷰에서 먼저 “당신은 진짜 목사였습니까?”라는 도전적인 질문을 했다. 이 시대야 말로 ‘진짜 목사’들이 절실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 간사를 포함해 46년간 사역했습니다. 평생 목회했지만 진짜 목사로 지낼 때는 75년부터 78년까지 3년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남서울교회를 개척한 이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모든 성도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가며 기도했습니다. 새벽기도 마치고 6시부터 시작한 기도는 늘 9시가 넘어서 끝났습니다. 그러나 교인수가 2000명이 넘어서니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진짜 목자는 양을 알고, 양은 목자의 음성을 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목회가 아니라 교회 경영입니다.”

-목회를 하면서 제일 후회스러웠던 점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지난 시절을 생각해보니 ‘3대 후회’가 있었습니다. 먼저 가족에게 잘해주지 못했고, 최선을 다해 교회에 충성하지 못했으며, 한국교회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뛰어들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같은 후회에도 불구하고 다시 살라고 해도 이렇게 밖에 못 살았을 것 같습니다. 가족과 좋은 관계를 가진다면서 너무나 평범해진 목회를 많이 보았습니다. 교회에 충성한답시고 교회 울타리 밖을 나가지 못한 채, 세상의 빛이 되지 못한 교회도 많이 접했습니다. 한국교회를 안타까워하며 개혁의 기치를 내 걸고 그 중심에 뛰어들었다가 똑같이 휩쓸려 사라진 사람들도 적지 않게 보았습니다. 3가지를 크게 후회하면서도 다시 목회를 하더라도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이 소유보다 자유를 훨씬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CCC 간사 시절부터 ‘내 집은 천국에 있다’는 생각으로 돈 욕심 부리지 않고 사역했다는 것이다. 그 천국에 대한 확신이 너무 컸기에 돈과 명예의 욕심을 부려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땅의 목회자들을 보면서 그들이 정말 천국을 믿는지, 진정으로 말씀에 순종하려 하는지에 대해서 의심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정말 예수님을, 천국을 믿는다면 도저히 그럴 수 없는 행동들을 너무나 자연스레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교회 울타리를 뛰어넘는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한 번도 사회 운동을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오직 성경이 말한 그대로만 했을 뿐입니다. 끊임없이 하나님의 기분을 살피면서 그분이 좋아하는 일을 했습니다. 대북운동도 주께서 기뻐하시는 일이기 때문에 전개했을 뿐, 어떤 민족적 비전을 갖고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오직 하늘의 뜻이 이 땅에 임하게 하는데 헌신했습니다.”

-긴 시간 목회를 펼치셨는데, 은퇴 시점에서 되돌아 볼 때 과연 무엇이 남았습니까?

“목회자 자신이 남습니다.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자라고 있는 것이 남습니다. 그래요. 그것만이 영원히 남습니다. 그 외에는 남는 것이 없습니다. 이름이요? 그거, 금세 지나갑니다. 오직 하나님 앞에서 무한책임을 갖고 서있는 나만 남습니다.”

그에게 ‘다시 목회를 한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가’에 대해서 물었다. 홍 목사는 “그런 상상조차 하기 싫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이 지닌 기량과 재능 보다 훨씬 더 넘치는 삶을 살았다고 토로했다. 그것이 정말 감사하며 황송할 뿐이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실수도, 인간적 약점도 많았습니다. 범죄 한 적도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모든 허물을 가려주시고 저의 죄를 용서해 주시면서 여기까지 인도해 주셨습니다. 한량없는 주의 은혜지요. 다시 하라고요? 자신 없습니다. 지금으로 족합니다.”

그는 자신이 평생 계획 없이 살았다고 말했다. 그날그날 주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따라 오다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저는 큰 일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오직 맡겨진 일에만 충성했을 뿐입니다. 세상의 좋은 일을 보지 않았습니다. ‘주께서 내게 맡긴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그냥 갔습니다. 그러다보니 결과가 주어졌지, 정말 큰 일을 생각하거나 해본 적이 없습니다. 성경을 읽다보니 시편 131편에서 다윗이 꼭 그렇게 노래하더라고요.” 시편 131편 1절에서 다윗은 이렇게 말한다. “여호와여 내 마음이 교만하지 아니하고 내 눈이 오만하지 아니하오며 내가 큰 일과 감당하지 못할 놀라운 일을 하려고 힘쓰지 아니하나이다.”

-하나님의 뜻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정말로 깊은 묵상 가운데 그날 받은 말씀을 그대로 순종해 보세요. 그러면 그날 주시는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을 매일 반복하면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실제적인 경험을 하다보면 하나님께서 내게 새로운 일을 명령할 때, 그 뜻을 정확히 분별할 수 있습니다. 지금 속는 셈 치고 성경 말씀과 설교 말씀 그대로 순종해 보세요. 그것을 해 본 사람만이 크고 어려운 결정을 할 때 하나님의 뜻대로 행할 수 있습니다. 결국 순종의 결과로 얻어지는 삶의 지혜가 하나님 뜻을 분별하게 합니다.”

그는 자신이나 고 하용조 목사와 옥한흠 목사, 그리고 이동원 목사 등은 복음에 미친 ‘복음파’였다고 말했다. 독재시대에도 이 민족을 위해서는 민주화보다 복음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미친 듯이 복음을 전했다고 했다.

“정말로 그 시절에는 주님이 주신 은혜의 감격으로 살았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오늘 주님을 위해 무슨 일을 행할까’라는 기대감으로 하루 종일 복음전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다 저녁이 되면 인사불성이 되어 쓰러져 잤습니다. 자면서도 민족복음화의 꿈을 꿨습니다. 나를 향한 주님의 사랑을 만분의 일이라도 갚기 위해서 애썼습니다. 그 열정과 설렘, 간절함이 그립습니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