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의 질주는 계속된다… 이규혁,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아쉽게 은메달

입력 2012-01-30 19:25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스스로 자랑스럽다.”

‘비운의 스타’ 이규혁(34·서울시청)의 나이를 잊은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비록 3년 연속이자 통산 5번째 우승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도전만으로도 박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스타이자 ‘맏형’인 이규혁은 30일(한국시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최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이틀째 500m 2차 레이스에서 34초67로 9위에 오른 뒤 1000m 2차 레이스에서는 1분07초99만에 들어와 6위를 차지했다. 전날 500m 1차 레이스 1위, 1000m 4위로 중간 순위 1위를 달린 이규혁은 이날 성적까지 합산한 종합 점수 137.000점으로 최종 2위가 됐다.

2007∼2008년, 2010∼2011년 이 대회에서 종합 우승한 이규혁은 3년 연속이자 5번째 우승에 도전했으나 체력저하로 아쉽게 불발됐다.

비록 통산 5회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과거 이 대회에서 4차례 이상 우승을 차지했던 선수들과 비교해보면 이규혁의 질주는 눈부시다. 통산 6차례 우승해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는 이고르 젤레조프스키(벨라루스)는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1993년에 30세였다. 젤레조프스키는 1993년 이후 한 번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이규혁과 똑같이 4회 우승을 차지한 에릭 헤이든(미국)과 제레미 워더스푼(캐나다)은 각각 32살(1980년)과 27살(2003년)에 마지막 우승을 차지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워더스푼이 마지막으로 시상대에 오른 것은 32살 때인 2008년(은메달)이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20년 동안 5차례나 올림픽에 도전하고도 ‘노메달’에 그쳤던 ‘비운의 스타’ 이규혁이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빙판을 지키며 새로운 역사를 쓴 셈이다.

제갈성렬 전 춘천시청 감독은 “체력적인 부담 탓에 후반에 페이스가 떨어지지만 레이스 운영에서만큼은 이규혁이 여전히 세계 최고”라고 칭찬했다.

한국 나이로 35살이 되는 이규혁의 ‘무한질주’는 오는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이어진다.

곽경근 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