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 경영진들 불경기속 ‘돈 잔치’ 여전… 파산신청중에도 임원은 보너스 ‘펑펑’
입력 2012-01-30 19:20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미국의 ‘리어(Lear)’는 지난 2009년 7월 7일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법원은 청산 가치보다 존속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파산보호 신청을 받아들였다.
리어는 영업활동을 계속 유지하면서 다시 회생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그 결과 공장 28개가 문을 닫고 2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리어는 이 와중에도 주요 임원에게 2000만 달러(약 220억원)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당시 최고경영자(CEO)인 로버트 로씨터는 총 1742만 달러를 받았다. 법무부는 구조조정기간에 회사가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은 법률 위반이라며 반대했지만, 일부 판사들은 보너스 지급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리어는 회생했고, 2만3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법원서류 검토 등을 통해 최근 파산 보호신청을 겪은 100개 대기업 중 21개 기업 임원진의 수당을 분석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산보호신청 기간 중 이들 회사의 임원들은 봉급과 보너스 주식 등으로 3억5000만 달러 이상을 챙겼다. 21개 회사 중 7곳은 회사가 파산신청을 했음에도 CEO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리어를 포함한 몇몇 기업의 CEO는 이 기간 중 전년보다 더 많은 보너스를 받기도 했다. 미국의 실질 실업률이 20%를 육박하는데 월가는 여전히 보너스 잔치 중이고, 심지어 파산신청 기간에도 최고 경영자는 자기 몫을 착실히 챙겨온 것이다. 이런 행태는 특히 CEO들의 과도한 보수를 문제 삼는 의회 청문회가 잇따라 열리고 보너스 규제책이 마련되는 상황에서 벌어졌다.
21개 회사 임원의 중간 소득은 870만 달러로 2010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기업의 중간값인 910만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남가주대학(USC) 케빈 머피 교수가 분석했다. 머피 교수는 최고경영자의 경우 평균 노동자의 봉급의 300배 이상을 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30년 전보다 70배나 높은 것이다.
또 다른 자동차 생산 및 판매업체 비스테온도 비슷한 경우다. 2009년 5월 27일부터 2010년 10월 1일까지 파산보호신청을 한 비스테온은 이 기간 중 임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했다. 논란이 벌어진 후에도 최고경영자 도널드 스테빈스에게 2684만 달러를 지급했다. 비스테온이 임원들에게 보너스 잔치를 하는 동안 수천 명의 퇴직자는 의료보험과 생명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자동차 부품업체 ‘다나’, 미국 2위의 가전 유통업체인 ‘서킷시티’, 가금류 생산업체 ‘필그림 프라이드’, 플래시 메모리 전문기업 ‘스팬션’ 등도 파산보호 신청기간 중 임원들이 거액의 보너스를 챙겼다고 WSJ가 폭로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