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나달 라켓전쟁 30회… ‘황제 대물림’ 마침표 수순
입력 2012-01-30 19:10
‘30번째 만남’
노박 조코비치(세계1위·세르비아)와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이 겨룬 29일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은 용호상박이란 말이 딱 어울린 한판이었다. 한쪽이 상대 숨통을 끊을 듯 포효하는 사이 또 다른 한쪽은 발톱을 세워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형국이 무려 5시간53분이나 계속됐다. 역대 그랜드슬램 결승전 사상 가장 긴 승부였다.
이날 경기는 이들의 30번째 경기였다. 경기 전까지는 나달이 16승13패로 조금 앞서 있는 형국. 사실 이들의 대결은 2년 전만 하더라도 나달의 일방적인 페이스였다. 2010년 나달은 ‘테니스 황제’로 군림하던 로저 페더러(스위스)를 제치고 호주오픈을 제외한 3개 그랜드슬램대회를 석권하며 세계 1위에 우뚝 섰다. 24세이던 당시 이미 메이저타이틀만 9개나 수확했다. 조코비치는 2008년 호주오픈 우승이 유일한 메이저왕관이었다. 그때까지 나달은 조코비치 따윈 안중에 없었다. 16승7패의 압도적인 리드.
2010년 12월 테니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 결승에서 조코비치가 조국 세르비아에 우승컵을 바치며 거듭난다. 자신감을 안고 새 시즌에 돌입한 조코비치는 지난 해 나달과 6차례 결승전을 치러 모두 승리했다. 특히 메이저대회인 윔블던과 US오픈 결승전에서는 나달을 꺾으면서 세계 1위 자리도 빼앗아갔다. 어렵게 페더러를 누르고 지존에 오른 나달로서는 조코비치라는 복병을 만나 정상에서 내려와야 했다.
이날 30번째 만남에서 나달은 여러 차례의 위기를 넘어 5세트에서는 게임스코어 4-2로 리드, 대설욕전을 눈앞에 뒀으나 결국 조코비치의 막판 집중력에 무릎을 꿇었다. 조코비치에 최근 7연패를 당한 나달은 호주오픈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조코비치는 나를 계속 이기면서 환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세계 1위가 됐다. 나는 그곳에 있었던 것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서완석 국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