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눈앞 18홀서 트리플보기… 스탠리 잇단 불운, 연장패배로 첫 챔프 물거품

입력 2012-01-30 19:10

‘골프는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는 속설이 이보다 딱 맞는 경우가 있을까.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토리 파인스 골프장 남코스(파72·7569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마지막 라운드. 18번홀(파5) 티 박스에 올라설 때만 해도 카일 스탠리(25·미국)는 역전패를 당할 거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미 2위인 브랜트 스니데커(미국)를 3타 차로 앞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블보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는 상황.

뜻밖의 불운은 세번째 샷부터 시작됐다. 77야드를 남기고 친 웨지 샷이 온그린에는 성공했지만 백스핀이 먹으면서 그만 물에 빠지고 만 것. 스탠리는 1벌타를 받고 5타 만에 그린에 올렸지만 아직 2타차의 여유가 있었다. 먼저 퍼팅한 동반자 존 허(22)의 퍼팅 라인도 세심하게 살폈다. 하지만 보기 퍼트가 짧아 홀컵 1.6m 거리에 멈췄고 내리막 더블보기 퍼트마저 실패하면서 3타를 까먹고 공동 선두(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를 허용했다.

먼저 경기를 마친 스니데커는 인터뷰룸에 있다 얼떨결에 18번홀로 돌아와 연장승부에 돌입했다. 연장 첫 홀인 18번홀에서 두 선수는 나란히 버디를 기록했지만 두 번째 홀인 16번홀에서 스탠리가 보기를 범하면서 파를 기록한 스니데커가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7타 뒤진 6위에서 우승한 스니데커의 함박웃음은 골프의 의외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PGA 투어 통산 3승 가운데 2승을 연장전에서 챙긴 스니데커는 우승상금 104만4000달러를 받았다. 반면 스탠리로서는 생애 첫 우승 기회를 정규경기 마지막 홀에서 어이없는 3퍼트로 날려버린 셈이다.

3라운드까지 공동 2위였던 재미교포 존 허(22)는 이날 2오버파로 부진,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해 헌터 메이헌(미국)과 함께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다. 노승열(21·타이틀리스트)은 7언더파 281타로 공동 27위, 배상문(26·캘러웨이)은 6언더파 282타로 공동 33위에 자리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6타 뒤진 공동 4위였던 배상문은 이날 버디 1개에 보기를 무려 7개나 쏟아내며 신인티를 벗지 못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