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공포 하루만에… 시교육청 “학칙 개정 착수”-교과부 “판결때까지 기다려라” 학교 대혼란

입력 2012-01-30 19:05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한 지 하루 만에 서울지역 초·중·고교에 공문을 보내 학칙개정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곧바로 조례무효 확인 소송의 판결이 날 때까지 학칙개정 지시를 유보하라고 시교육청에 명령했다. 두 기관의 상반된 지시에 학교에서의 혼란이 현실이 됐다.

교과부는 30일 “시교육청이 발송한 인권조례 시행에 따른 각급 학교의 학칙개정 지시를 유보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시정명령 사유는 ‘학칙개정 지시가 공익을 해치거나 또는 법령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시정명령 이행기간은 다음 달 7일까지다. 교과부는 이 기간 중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학칙개정 지시를 직권취소하거나 정지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곽노현 교육감은 “교과부가 법적대응에 나선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인권조례는 학교의 새 헌법이고 공교육의 새 표준이다”라고 반발했다.

시교육청이 지난 27일 학교에 발송한 ‘인권조례 시행에 따른 학생 생활지도 안내자료’는 모두 4쪽이다. 여기에는 인권조례를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각 학교가 학칙개정 소위원회를 구성해 학칙개정을 추진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복장·두발 자유가 인권조례에 담겨있는 점을 감안해 ‘학생이 머리를 염색하거나 파마를 했을 때 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교육적 지도를 할 수 있다’고 기술했다. 교내 집회의 자유에 대해서는 학습권과 안정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학교 규정으로 시간, 장소, 방법을 제한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체벌은 간접체벌을 포함해 모두 금지대상이라는 점을 명백히 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의 안내서를 받은 일선 학교에서는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중학교 교사는 “염색과 파마를 허용하되 교육적 지도는 할 수 있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반발하는 학생에게 벌을 줄 수도 없고, 교실 밖에 세워둘 수도 없다. 문제학생에게 실효성 없는 벌점을 주는 것 말고 무슨 지도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한 고교 교감은 “인권조례 때문에 선생님이 꾸짖으면 반발하는 학생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교육행정을 책임지는 사람이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곽 교육감이 오전 9시쯤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인권조례에 대한 견해를 간략하게 밝히겠다고 발표했으나 곽 교육감은 약속 시간보다 1시간 일찍 관용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으로 출근했다. 곽 교육감의 인권조례 강행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