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불안한 흑자’… 작년 276억 달러 넘어 교역조건은 계속 악화
입력 2012-01-30 19:00
경상수지가 지난해 276억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14년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다만 교역조건이 계속 나빠지고 있어 수출의 성장기여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1년 12월 및 연간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10년보다 17억4000만 달러 줄어들었으나 당초 한은의 흑자 전망치 272억 달러보다는 4∼5억 달러 증가했다. 경상수지는 1997년 외환위기 직전까지 적자행진을 이어오다가 1998년 이후 흑자 기조로 돌아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그해 32억 달러로 크게 줄었으나 수출이 빠르게 늘면서 경상수지는 계속 흑자 기조를 유지해온 것이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컸던 것은 수출 덕분이었다. 그런데 올 1월 들어 무역수지는 적자가 예상되면서 올 경상수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010년에도 경상수지는 293억9000만 달러 흑자였지만 그해 1∼2월 무역수지는 적자였다”며 이달 1월 무역수지 적자 가능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한은은 올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130억 달러로 보고 있다.
문제는 교역조건 악화다(그래프 참조). 수입상품에 대한 수출상품의 상대가격을 말하는 순상품교역조건은 2010년 3분기 87.3(2005년=100)을 가리킨 이후 줄곧 하락세다. 지난해 4분기 교역조건은 아직 발표 전이나 한은의 양호석 차장은 “교역조건은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가격이 하락하거나 덜 오르는 반면 수입가격은 큰 폭으로 오른 결과다. 실제로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인 정보기술(IT) 관련 제품의 단가는 떨어지고 있는데 원유 원자재 등 수입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열심히 수출해서 번 돈으로 수입해올 수 있는 상품의 양이 줄어들어 국내총소득(GDI)은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6%였으나 실질 GDI는 겨우 1.1% 늘었다. 수출이 늘어도 실질적인 수출의 경제 견인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고부가가치 수출, 에너지 해외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