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맛집 등쌀에 등 터지는 동네식당… 자영업자 폐업 한해 5만곳 넘어

입력 2012-01-30 18:51


도시가스업을 주로 해온 삼천리는 자회사인 SL&C를 통해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과 서울 수하동 센터원 건물 지하에 중식 레스토랑 ‘차이797’을 운영하고 있다. 보일러 전문 업체 귀뚜라미그룹은 외식업체 닥터로빈을 운영하고 있고, 대성은 지난해 8월 한식 전문 계열사 ‘디큐브한식저잣거리’를 설립했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들마저 주력산업과 크게 연관이 없는 손쉬운 외식업에 잇따라 발을 뻗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을 폐업으로 내몰고 있다. 음식점은 퇴직자들이 가장 많이 창업하는 업종이지만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영역을 침범하면서 매년 문을 닫는 점포도 늘고 있다.

30일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폐업식당 수는 2009년 2만9000여곳에서 2010년 4만7000여곳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2만6615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연간으로는 5만개 이상 식당이 사라졌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창업점포 역시 2009년 2만9000여개에서 2010년 5만6000여개, 지난해 상반기 2만8000여개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폐업 숫자도 비슷한 수준으로 늘면서 전체 음식점 수는 59만개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휴업을 하는 식당 수도 점점 늘고 있다. 2009년 14만9000여개였던 휴업식당 수는 2010년 25만1000여개로 증가했고 지난해 상반기에는 12만7172개를 기록했다.

특히 휴·폐업 업체 중 86.2%가 전·월세로 영업하고 있고 75.1%가 99㎡ 이하 면적의 업소에서 영업할 정도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게 중소기업중앙회 측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음식업은 서민들이 창업하기 쉬운 업종이라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폐업 우려가 큰 업종이기도 하다”며 “경기침체가 길어지는데다 대기업들까지 잠식해 들어오고 있어 자본력이 없는 영세 식당들은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30여년간 서울 홍익대 앞을 지켜온 리치몬드과자점 홍대점이 31일 폐점한다. 리치몬드 측은 “몇 년 전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점포를 내달라는 요구에도 버텼는데 최근 건물 임대료가 많이 올라 어쩔 수 없이 문을 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롯데리아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1979년 마포경찰서 옆 작은 매장에서 시작한 리치몬드과자점은 홍대점 폐점으로 성산본점과 이대점 2개 매장으로 줄게 됐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