苦유가라지만… 뒤에서 웃는 정유업
입력 2012-01-30 18:52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국제 유가 탓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애를 먹고 있지만 유가 상승이 오히려 경영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는 업체들도 있다.
정유업계가 대표적이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의 상승으로 정제이윤이 커져 실적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유가가 이어진 지난해 1∼3분기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70.4% 증가한 2조5057억원을 기록했고, GS칼텍스의 경우 영업이익이 2010년 1∼3분기 7241억원에서 작년 동기 1조6269억원으로 무려 124.7% 늘었다.
해외시장에 중점을 둔 건설사도 유가 상승이 나쁘지 않다. 작년 중동지역 재스민혁명으로 발주가 지연됐던 공사의 입찰들이 고유가 영향을 받아 잇따라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동에서 가장 큰 시장인 사우디의 경우, 국영석유회사 아람코(ARAMCO)가 중장기 석유화학 플랜트 관련 공사를 지속적으로 발주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에서는 월드컵 인프라 구축을 위한 발주가, 쿠웨이트에서도 토목·플랜트 공사 발주가 있을 전망이다.
조선·중공업계 역시 고유가에 따른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업종이다.
고유가가 지속될수록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증가하고 세계 각지에서 가스전을 비롯한 해양자원 개발이 활성화하는 만큼 국내 업체들이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LNG선이나 해양플랜트의 공사계약을 많이 따낼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항공업계 등은 고유가로 쩔쩔매고 있다. 전체 영업비용 중 기름값 구입비 비중이 40%까지 치솟았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약 137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한편 지난해 국제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우리나라의 석유제품 소비량은 역대 최대를 나타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작년 나프타와 항공유, 휘발유, 경유 등 석유화학제품의 국내 소비량은 8억130만 배럴로 전년의 7억9427만8000배럴에 비해 8.84% 증가하면서 종전 최대치인 2007년의 7억9494만5000배럴을 웃돌았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작년 우리나라의 석유제품 전체 소비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은 유럽발 경제위기 속에서도 국내 산업이 나름대로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