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 기성회비 폭탄… 학생들, 전국 연대 본격 반환투쟁-학교측 “안 거둘수도 없고” 당혹

입력 2012-01-30 18:44

법원의 국공립대학 기성회비 반환 판결로 인해 국공립대학교 학생들이 기성회비 반환 투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여기에 교육과학기술부의 기성회비 인하 방침까지 전해지면서 해당 대학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30일 교과부에 따르면 이주호 장관은 다음달 2일 열리는 국공립대총장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기성회비 인하에 최선을 다 해줄 것을 당부키로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기성회비가 등록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당장 이번 학기부터 걷는 것을 중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대학이 기성회비를 낮추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법원 판결과 교과부 방침에 한껏 고무된 학생들은 전국적인 연대 투쟁을 준비 중이다.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달 4일 대표자회의를 열고 부당하게 쓰인 기성회비 반환청구 소송 운동을 전국적으로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국 국공립대학교 중 가장 많은 1185명의 학생들이 소송에 참여한 경북대 총학생회는 한대련과 연합하는 것은 물론 자체적으로 기성회비 납부거부 운동 등을 준비 중이며 부산대 총학생회도 조만간 기성회비 폐지 및 납부 거부 운동에 돌입한다. 전남대 총학생회도 지난 29일 토론회를 열고 추가 소송을 준비키로 했으며 개학 후 학교 측에 기성회비 반환을 요구하는 방법을 생각 중이다.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제주대 총학생회 역시 기성회비 반환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 이건구(25·법학과4) 경북대학교 총학생회 회장은 “학생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크게 환영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이 확정될 수 있도록 끝가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은 난색을 표하면서도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원래대로 기성회비를 거둘 경우 학생들의 반발에 부닥칠 것이고, 1심 판결 내용대로 기성회비를 걷지 못하면 예산에 구멍이 생길 게 뻔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경북대, 전남대 등 8개 대학이 판결에 따를 경우 소송을 제기한 4223명에게 10만원씩 4억원 정도를 반환해야 한다. 문제는 전국 52개 국공립대 졸업생 전원이 기성회비 전액에 대해 반환 소송을 낼 경우다. 195만여명에게 10조원이 넘는 돈을 돌려줘야 한다. 소송이 대학원생까지 확대되면 금액은 더욱 불어난다.

전남대 관계자는 “교과부나 다른 대학들과 연대해 항소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정부에 재정 확충 방안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국종합=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