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온] 국민 이미지의 함정
입력 2012-01-30 18:33
#1. 천국은 어떤 곳일까? 경찰은 영국인, 기술자는 독일인, 요리사는 프랑스인, 연인은 이탈리아인, 음악가는 러시아인, 영화제작자는 미국인, 그리고 10대 아이들은 일본인이고, 이 모든 것들을 스위스인이 조직한 곳. 그럼 지옥은? 독일인 경찰, 프랑스인 기술자, 영국인 요리사, 스위스인 연인, 미국인 10대, 일본인 영화제작자가 있고, 이 모든 것들을 이탈리아인이 조직한 곳.
#2. 커피숍에서 커피에 파리가 빠져있는 걸 본 각국 사람들의 반응.
영국인: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간다. 미국인: 사진을 찍어 주인을 고소한다. 스위스인: 파리를 재빨리 건져낸 다음 살릴 방법을 강구한다. 멕시코인: 파리를 후후 불어가며 마신다. 중국인: 그냥 파리와 함께 마신다. 일본인: 자기 커피를 중국인에게 판다. 한국인: 커피잔을 뒤엎으며 배상하라고 소란을 피운다.
각국의 국민성, 혹은 국민적 이미지에 따른 유머는 넘칠 정도로 많다. ‘한 나라 국민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양식, 기질 등 고유한 특성’으로 정의되는 국민성은 실체가 다소 불분명하지만 외부에 비치는 국민적 이미지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거의 고착화돼있다. 문제는 이렇게 정형화된 이미지가 대체로 부정적이어서 갈등과 상호불신의 뿌리로 작용한다는 사실. 국민 이미지의 함정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등 유럽의 6개국 대표 일간지들이 공동으로 조사해 26일 보도한 ‘유럽인의 고정관념’을 보자. 영국인의 경우 나머지 5개국 국민들에 비친 이미지는 ‘술 취한 훌리건(난동꾼)’이었다. 또 프랑스인은 ‘파업 애호가’ ‘쇼비니스트’ ‘섹스광’이었고, 독일인은 ‘초능률 일꾼’ ‘일 중독자’였다.
이탈리아인은 ‘베를루스코니 같은 라틴 러버(연인)’ ‘탈세꾼’ ‘수다쟁이’였고, 스페인인은 ‘마초주의자’ ‘시에스타(낮잠)와 피에스타(축제)에 빠진 게으름뱅이’, 그리고 폴란드인은 ‘술꾼’ ‘초보수 가톨릭’ ‘반유대주의자’였다. 하나같이 부정적이다. 제노포비아(외국인혐오증)나 ‘희생양 만들기’의 저의가 눈에 보일 정도다.
하긴 유럽 젊은이들의 눈에 비친 한국 이미지도 부정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가 영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헝가리에서 30세 이하 젊은이 1208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한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1위가 북한이었다. 국제적 말썽꾼에다 3대가 세습하는 희한한 ‘공화국’ 북한이 대한민국의 이미지라니 욕도 이런 욕이 없다. 절로 한숨이 난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