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홍우] 학교폭력, 농어촌 체험이 해법

입력 2012-01-30 18:17


최근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 조직적인 교내폭력과 피해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은 충격적이다.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전문상담교사 배치, 폭력예방프로그램 운영, 일진회와의 전쟁선포 같은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대증요법과 병행해 학교폭력을 유발시키는 근원을 찾아내 함께 치유해야 한다.

학교폭력이 흉포화, 집단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으로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사회구성체 간의 단절을 들 수 있다.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놀 수 있는 풍요로운 산과 들이 있고, 농번기가 되면 가족과 함께 씨도 뿌리고 고구마도 캐고,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고, 별과 달을 보며 잠자리에 들던 사회가 농경사회다. 반면 가족구성원 간의 단절, 이웃 간의 단절, 도시와 농어촌 간의 단절은 산업사회의 특성이다.

단절이라는 정서적 양극화를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5일 수업제 등을 활용해 청소년의 농어촌 체험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농어촌 체험은 포근한 대자연의 품에서 생명과 가족, 그리고 이웃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자연친화적인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산교육의 장이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도시민에게 체험·휴양공간을 제공해 농어촌의 활력증진과 연계시키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우선 어린이 정서 및 사회성을 함양하고 농업·농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도심지 초등학교에서 농사체험을 하는 팜스쿨(farm school)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도시의 초등학생들이 6개월 이상 부모 곁을 떠나서 농어촌에 체류하면서 자연과 함께 양질의 생태교육을 받을 수 있는 농어촌 유학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주5일 수업제 실시에 따른 도시 청소년의 농촌유치를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종합적인 방안이 담긴 ‘주5일 수업제 등에 대응한 농촌체험활성화 기본계획’을 올 상반기 중에 마련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 일본은 2008년부터 매년 2만3000개의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어린이의 인성교육차원에서 관련 부처들이 연대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농산어촌 숙박과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연과 가까워질수록 병이 멀어지고, 자연과 멀어질수록 병은 가까워진다’는 괴테의 통찰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농어촌은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다. 최근 들어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와 함께 귀농·귀촌이 늘고 있는 것도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제라도 도시와 농어촌의 교류, 특히 청소년들의 농어촌체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다양한 농어촌체험이 실현돼 청소년폭력, 생명경시 등 사회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체험은 농어촌에도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다.

김홍우 농림수산식품부 농어촌산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