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칙개정 집착말고 학생인권조례 재고하라

입력 2012-01-30 18:14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한 지 하루 만에 초·중·고교에 공문을 보내 학칙 개정을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은 다소 성급한 것으로 보인다. 벌금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시한부 교육감인 그가 일을 너무 크게 벌여 혼란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곽 교육감이 직을 그만둘 경우 인권조례는 없었던 일이 될 것이 뻔해 비록 공포는 했더라도 시행은 잠정적으로 미루는 것이 옳다는 말이다.

학칙 개정을 추진하라는 공문을 보낼 것이 아니라 대법원 판결 때까지는 잠시 학생인권조례를 적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어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그가 학칙 개정지시와 함께 학생 생활지도 안내 공문을 보냈지만 개학을 맞은 일선 교육 현장은 이미 학생들의 해방구로 변했다는 소식이다. 여학생은 미용실로 줄지어 달려가고 남학생은 장발로 어른 흉내를 내고 있어 교사들이 생활지도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고 한다.

두발자유, 교내외 집회, 체벌금지는 교칙 개정 없이도 적용되는 학생들의 권리이기 때문에 생활지도 안내 공문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다. 학생들이 장발을 하거나 염색하고 파마하는 것을 무조건 나무랄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지만 학교 밖에서 성인과 비슷한 머리 모양을 하고 다닐 경우 일탈의 기회가 많아 신중을 기하라고 누누이 강조한 것 아닌가.

정부가 법적 대응에 나서고 보수단체는 곽 교육감 퇴진 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마당에 학생인권조례가 자리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선 교사들도 교권 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석방을 이유로 학생인권조례를 밀어부치는 곽 교육감을 이해할 수 없다.

곽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에 지나친 관심을 기울이지 말고 개학을 맞은 우리 아이들이 당장 겪을지도 모를 학교폭력 예방에 우선적으로 매진하기 바란다. 너무 많은 일을 벌여놨다가 뒷감당을 못할 경우 우리 사회 전체가 혼돈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