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에 의사고시 합격 김윤권씨 ‘仁術의 길’로…

입력 2012-01-29 20:06

의과대학 졸업 후 사업을 하다 실패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내온 50대 문턱에 선 한 남성이 졸업 16년 만에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했다.

김윤권(49)씨는 1982년 영남대 의과대학에 입학했으나 평생을 의사로 살아간다는 것을 답답하게 느껴 학업에 충실하지 않았다. 김씨는 24차례 학기등록을 반복한 끝에 입학 14년 만인 1996년 2월 졸업장을 받아들었다.

김씨는 졸업 당시까지도 ‘의사가 아닌 다른 길’을 생각해 의사국가고시를 치르지 않고 휴대전화 대리점 등 여러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순탄치가 않았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결국 사업이 부도를 맞았고, 2004년에는 채무불이행으로 신용불량자가 됐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던 김씨는 급기야 2008년에는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상황에까지 몰렸다. 그 과정에 아버지는 타계했고, 어머니마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되는 고통을 겪게 됐다.

오랜 방황을 끝낸 김씨는 2009년 의사국가고시를 다시 치르기로 결심, 대학 도서관에서 기거하다시피하면서 공부에 매달렸다. 그는 이듬해 1차 필기시험에 합격했고, 또다시 1년을 노력해 실기시험에도 통과하면서 제76회 의사국가고시에서 최종 합격했다.

늦은 결혼 때문에 6세 딸과 5세 난 아들을 둔 김씨는 조만간 지역의 한 요양병원으로 출근, 한의사였던 할아버지의 기대처럼 병마와 씨름하는 노인들에게 인술을 펼칠 계획이다.

김씨는 29일 “요즘처럼 팍팍한 세상에 좌절하고 움츠리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저의 인생 스토리가 한 가닥 희망이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