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속 과학읽기] (4) 별이 빛나는 밤에…
입력 2012-01-29 19:48
천문학은 인간이 하늘에 관심을 갖고 그 변화의 의미를 찾으려던 인류역사상 가장 일찍 태동한 자연과학의 하나다. 천문학적 현상은 사람의 생활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져, 동양에서는 중국 은나라 이전, 서양에서는 기원전 2500년경 메소포타미아와 고대 이집트에서 일 년 365일은 12달, 한 달은 30일로 결정한 달력으로 정립됐다. 큰 별이 제 자리에 오는 데에 일 년에 0.25일씩 밀리는 것까지 관찰하여 4년마다 하루를 첨가한 것도, 각 달마다 특징적인 별자리를 규명한 것도 모두 벌써 이 시기에 이루어진 일이다.
‘베리 공의 지극히 호화로운 시도서(時禱書)’라는 작품은 15세기에 유행하던 개인 기도서의 앞부분 12달 달력그림 중 1월이다. 각 달의 세시풍속이나 농사일을 그려 넣었던 이 그림은 인터내셔널 고딕 양식으로 불리는, 길고 부드러운 선의 우아함과 화려한 장식이 특징이다. 그 시기에도 1월이면 서로 새해인사를 나누고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 시도서를 주문한 베리 공 자신이 푸른 옷을 입고 많은 손님을 맞으며 큰 잔치를 열고 있다. 그림 위 하늘에는 1월의 별자리인 염소자리와 물병자리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고, 그 밑으로 마차가 태양을 싣고 황도를 달리고 있다. 별자리를 처음 관측하던 4500년 전이나, 그림이 그려진 15세기나, 지금 2012년이나, 같은 태양과 같은 별자리 아래 살고 있는 우리네 살림일 터이다.
김정화(KAIST 기술문화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