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퇴진 방통위, 방송정책 장기표류 가능성

입력 2012-01-29 19:43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7일 사퇴함에 따라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법안 등 산적한 현안들이 상당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세 퇴진에 따른 방통위 내부의 혼란과 업무 공백 등으로 방송통신 정책 차질이 불을 보듯 명확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후임 방통위원장이 내정된다고 해도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고 이를 통과해도 업무 파악에 시간이 걸리는 데다 총선과 대선이 맞물려 있어 편향적인 기존 정책방향을 고수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방통위에는 미디어렙법 처리를 비롯한 종합편성채널 문제, 케이블TV와 지상파 간 재송신 협상, 지상파 아날로그방송의 디지털 전환,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등이 남아 있다.

직접광고영업을 둘러싸고 지상파와 종편, 중소방송사 등이 사활을 걸고 있는 미디어렙 법안 처리가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히고 있다. 이 법안은 일단 방통위의 손을 떠난 상태지만 국회에서 여야가 이견을 보이면서 본회의 상정조차 못하고 있는 만큼 주무부처로서 여야 간 절충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의견 대립 중인 KBS 수신료 인상안도 골칫거리다.

최근 사상 초유의 방송 중단 사태를 빚었던 케이블TV와 지상파의 갈등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발생한 KBS2 TV 송출 중단 사태는 케이블과 지상파 사이의 재송신 대가 산정 문제가 큰 틀에서 합의를 보면서 일단락됐지만 아직 최종 타결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재송신 관련 제도개선안도 마련되지 않아 양측 갈등이 재연된다면 방송 대란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한 제4이동통신 출범 문제도 남아 있다. 방통위는 2010년부터 세 차례나 제4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하려 했지만 결국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또 올해 말까지 지상파 아날로그방송을 종료하고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유휴대역 주파수를 어디에 사용할지도 방통위가 시급히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이용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는 3G에서 4G LTE(롱텀에볼루션) 서비스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을 비롯해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시행, 모바일 트래픽 증가에 대비한 주파수 분배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종편 몰아주기’에 올인하느라 방송 및 통신 분야에서 근본 대책 없이 정책을 집행한 탓이다. 따라서 방통위원장 공백으로 인한 정책 차질 및 혼선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