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연승’ 베르기어, 휠체어 테니스 메이저 20연속 우승… 농구실력도 대표급

입력 2012-01-29 19:39

“장애가 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호주오픈테니스 여자단식 결승이 열린 28일 또 하나의 경기가 관심을 모았다. 바로 여자 휠체어 단식 결승전이었다. 이 경기에는 ‘휠체어 테니스 퀸’으로 불리는 에스더 베르기어(31·네덜란드)가 출전했기 때문이다. 베르기어는 결승에서 아니크 판 쿠트(네덜란드)에게 단 한 매치도 내주지 않으며 2대0(6-0 6-0) 퍼펙트 승리를 거뒀다.

메이저 대회에서 20회 연속 우승의 위업도 달성한 그는 이날 승리로 통산 444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이어갔다. 베르기어의 444연승은 1980년대 자한기르 칸(파키스탄)이 스쿼시에서 세운 555연승 다음으로 전 세계 스포츠를 통틀어 최다 연승 2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2003년 1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대회에서 패한 후 무려 9년 동안 단 한번도 패하지 않는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베르기어는 2000년 시드니와 2004년 아테네 장애인올림픽에서 단·복식을 모두 석권했고, 2008년 베이징에서는 단식 금메달, 복식 은메달을 따냈다. 그는 올해 열리는 런던 장애인올림픽에서 단식 4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베르기어는 “올해 런던 패럴림픽 금메달이 목표다. 당분간 은퇴할 계획은 없다”며 “연승 기록은 500연승이고 600연승이고 간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6살까지 건강한 소녀였던 베르기어는 7살 때 수영을 하다가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껴 정신을 잃었다. 척추 주위의 혈관이 매우 약해 뇌까지 이르는 혈액 공급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은 베르기어는 세 차례나 대수술을 받았지만 9살이던 1990년부터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됐다.

휠체어 농구에서 국가대표에 선발되기도 했던 베르기어는 “나보다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아 언제든 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연승 행진을 이어가려 하기보다 언제라도 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현재에 집중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