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도 代 잇나… 정치인 2세 출마 러시

입력 2012-01-29 19:33


‘대(代)를 이어 국회의원 하자.’ 3대 세습체제를 구축한 북한 얘기가 아니다. 4월 총선고지를 향해 맹렬히 뛰고 있는 대한민국 정치인 2세를 지칭한 말이다.

한나라당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인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 김 전 대통령의 고향 경남 거제에서 3번째 도전에 나선다. 그는 1998년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사면 복권됐지만 17·18대 총선에서 공천 신청이 거부됐다. 최형우 전 의원의 아들 최제완 전 당 부대변인은 부산 연제에 출마한다. 4년 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야권은 정대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아들 정호준 전 청와대 행정관이 서울 중구에 출마해 나경원 전 한나라당 의원 등과 겨룰 예정이다. 정 전 행정관은 2004년 낙선했고 2008년에는 당의 전략공천으로 인해 출마하지 못했다.

김상현 전 민주당 의원을 아버지로 둔 김영호씨는 서울 서대문을에 3번째 출마한다.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의 아들로 17대 국회에 입성했으나 지난 총선에서 떨어진 노웅래 전 의원이 서울 마포갑을 탈환할지도 관심이다. 최근 자유선진당에서 민주당으로 적을 옮긴 이용희 의원의 아들 이재한 전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민주당 간판으로 아버지의 충북 보은·옥천·영동 지역구를 물려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18대 국회에서도 금배지를 달아 ‘부자(父子) 국회의원’ 타이틀을 거머쥔 의원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은 김무성 의원과 아버지 김용주 전 의원, 남경필 의원과 남평우 전 의원, 유승민 의원과 유수호 전 의원, 이종구 의원과 이중재 전 의원, 김태환 의원과 김동석 전 의원, 유일호 의원과 유치송 전 의원, 장제원 의원과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 김세연 의원과 김진재 전 의원, 김성동 의원과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김성곤 의원과 아버지 김상영 전 의원도 있다.

이들은 이번 19대에서도 여의도에 입성, 가문의 영광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이런 ‘아들들의 정치’에는 양론이 존재한다. 그간 지역구 활동을 하며 바닥민심을 들어온 만큼 자격이 충분하다는 긍정적 시각이 있는 반면 ‘아버지의 후광’에 기대 힘들이지 않고 정치를 하려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특히 부친 지역구에 출마하거나, 재수·삼수생인 경우 비판의 강도가 더 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9일 “봉건영주시대도 아니고 아버지 지역구에 아들이 다시 나오는 경우의 대부분은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