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판 쫓는 비례대표들… ‘배제 원칙’ 무시 텃밭 고집

입력 2012-01-29 19:32

4월 총선 공천을 앞두고 비례대표 의원들이 ‘정치 생명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 강남권-대구·경북(이상 한나라당)과 수도권-호남권(이상 민주당) 등 여야 강세 지역구에 출마해 ‘안전’하게 당선되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한나라당 황영철 대변인은 29일 기자들과 만나 “비례대표 텃밭 배제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봐야 한다. 다음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구체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비례대표 의원들이 당 강세지역 출마 의사를 잇달아 피력하는 데 대한 경고성 발언이다.

텃밭 배제 원칙이 지난 9일 비대위에서 결정됐지만 이날까지 출마예정 지역구를 바꾼 비례대표는 이은재(서울 강남을→경기도 용인 처인) 조윤선(경기도 성남 분당을→서울 종로) 의원 단 둘뿐이다.

반면 나성린, 원희목, 이정선 의원은 나란히 강남을 출마를 고집하며 “이제 와서 바꾸지는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서울 양천갑과 용산, 강동갑에서도 그동안 꾸준하게 출마를 준비해온 정옥임, 배은희, 임동규 의원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다. 영남권에서도 이두아(대구 달서구) 손숙미(부산 중·동구) 조문환(경남 양산) 의원 등이 출정 준비를 마쳤고 수도권에서는 김옥이 의원이 경기도 용인 수지와 대구 출마를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역시 비슷한 기류다. 당 지도부가 명확한 공천기준을 내놓지 않자 비례대표 의원 15명 가운데 10명이 지역구 출마 결심을 굳혔고 대부분 수도권에 진입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심판론이 힘을 발휘하는 이 지역에 출마할 경우 손쉽게 당선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서울에서는 전혜숙(광진갑), 서종표(노원병), 김진애(마포갑), 김유정(마포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거나 출마를 준비 중이며 경기도에선 김상희(부천 소사), 안규백(군포), 김학재(안산 단원갑) 의원 등이 지역구 관리에 돌입한 상황이다. 김충조 의원은 전남 여수갑을 점찍어 놨으며 박선숙 의원도 출마 결심을 굳히고 지역구를 고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희 의원은 서울 강남을을 놓고 정동영 상임고문과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비례대표로 한 차례 특혜를 받은 이들이 또 다시 ‘이중 특혜’를 따내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지역구 의원들은 물갈이론으로 목숨이 왔다갔다하는데 비례대표들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 이득을 보겠다는 심산”이라고 꼬집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