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 한 달 맞은 알뜰주유소 살펴보니… 기름값 상승폭 ‘일반’의 2배

입력 2012-01-29 19:32


휘발유를 ℓ당 100원 싸게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출범한 알뜰주유소 1호점이 29일로 한달이 됐다. 개점 초기 싼 휘발유값으로 큰 호응을 얻었지만 갈수록 일반 주유소와 가격차가 줄어들면서 알뜰주유소의 한계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한국석유공사의 가격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현재 알뜰주유소 1호점인 경동알뜰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18원이다. 용인시 처인구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1982원)보다 64원 저렴하다. 개점 첫날 경동알뜰주유소는 ℓ당 1843원으로 처인구 주유소 평균 가격(1944원)보다 101원 쌌다.

그러나 경동알뜰주유소의 한 달간 상승폭은 75원으로 처인구 주유소 평균 상승폭(38원)의 두 배가량이 됐다. 현재는 양지주유소와 휘발유 가격이 같다. 경동주유소의 경유 가격은 ℓ당 1765원으로 양지주유소의 1759원보다 오히려 비싸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알뜰주유소 1호점의 판매물량이 일반 주유소의 5배 가까이 많아 유가 상승기에 다른 주유소보다 국제 유가 상승분이 소비자가격에 빨리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1개월간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 104∼110달러 사이에서 움직이는 점을 고려할 때 알뜰주유소가 유가상승분을 많이 반영해야 된다는 근거는 부족해 보인다. 게다가 정유사 브랜드를 단 주유소들은 각종 카드할인을 해주고 있어 이를 감안하면 알뜰주유소의 기름값이 갖는 장점은 거의 없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지경부 설명대로라면 앞으로 이란 제재 등으로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오를 경우 알뜰주유소와 일반 주유소의 가격 차이는 더 줄어들고, 심지어 역전되는 현상도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석유공사와 농협이 정유사에서 기름을 대량으로 싸게 사고, 부가서비스를 없애 주변 주유소보다 싸게 팔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경부는 올해 제품을 싸게 공급해온 농협 주유소를 확대하고, 일반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토록 유도해 알뜰주유소를 7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사회공헌 차원에서 이익을 거의 남기지 않겠다던 1호점마저 불과 1개월 만에 가격 메리트가 줄어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다른 알뜰주유소를 추가로 만든다고 해도 얼마나 기름값 거품제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지경부는 또 올해 1분기 중 일반 신용카드 할인폭의 배 수준인 ℓ당 120원을 할인하는 알뜰주유소 전용 신용카드를 출시하기로 했지만 실제 그 정도의 카드할인이 가능할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