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폭죽 오염’ 베이징, 국제도시 맞나
입력 2012-01-29 19:23
중국에서 폭죽(爆竹)은 악귀를 쫓기 위해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역사도 2000여년이나 될 만큼 길다. 요즘에 와서는 전통 명절뿐 아니라 결혼식이나 경축할 일이 있을 때도 등장하곤 한다.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불꽃은 지상에서 터뜨리는 폭죽과 구분해 옌화(烟花)라고 부른다.
중국인들이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무렵 쏘거나 터뜨리는 옌화와 폭죽은 연간 전체 소비량의 절반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올 춘제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춘제 당일인 지난 23일 새벽 베이징의 PM 2.5(2.5㎛ 이하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소 보다 80배나 높았다는 게 이를 잘 보여준다.
‘국제도시, 함께 건설합시다.’ 베이징 시내 곳곳에 나붙은 포스터 문구다. 중국 당국은 올 춘제를 앞두고 폭죽놀이를 안전하게 하자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TV를 통해 공익광고를 하는가 하면 플래카드와 포스터도 활용했다. 문화재보호구역, 주유소, 의료기관, 경로당, 각국 대사관 등 폭죽 금지 구역도 제시했다.
하지만 자유롭게 폭죽을 터뜨리던 관습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어려운 법.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폭죽 사고는 전국에서 2700여건 발생했고 5명이 사망했다. 지난 26일에는 후난성 린샹(臨湘)시에서 폭죽공장이 폭발해 소방관 3명이 숨지기도 했다. 지난해(사고 11만8000건, 사망 40명)보다 훨씬 나아진 게 이 정도다.
‘베이징의 폭죽놀이를 금지해야 할까?’ 포털사이트 신랑(新浪·시나닷컴)은 최근 웨이보를 통해 온라인 투표를 실시했다. 78%가 찬성이었다. 이들은 대기오염과 화재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최근 “잘 먹고 잘 노는 데만 정신을 팔 게 아니라 환경보호에 관심을 갖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모두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한 민속학자는 CCTV 특강 프로그램에 나와 “음식쓰레기나 수질오염 줄이기 등 환경보호를 위해 먼저 해야 할 일도 많다”며 “폭죽놀이 정도는 계속해도 된다”고 말할 정도였다.
베이징시 당국은 올 들어 ‘공기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제 악명 높은 스모그는 더 이상 안 봐도 될까. 그럴 때라야 베이징을 진정 국제도시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