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빵집’ 논란] 재벌 2, 3세들, 명품·수입차 판매·서비스업 등 돈벌기 쉬운 사업 몰려
입력 2012-01-29 14:04
‘재벌 빵집’ 논란을 계기로 재벌 2, 3세들이 운영하는 다른 사업도 관심을 끌고 있다. 기업의 주력업종에서 경영 수업을 쌓고 있는 2, 3세가 있는 반면, 명품산업이나 서비스업 등 화려한 분야를 선호하는 2, 3세도 있다.
1960∼70년대 산업화 초기에는 불모지 상태에서 건설업이나 자동차, 전자, 조선업 등 제조업 진출이 활발했다. 경영 1세대가 일궈놓은 경공업을 바탕으로 중공업으로 사업영역을 뻗치면서 한국 산업의 토대를 쌓아가던 시기였다. 하지만 시장이 포화상태에 들어서면서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엔 정보기술(IT) 붐을 타고 재벌 2, 3세들의 인터넷 사업 진출이 봇물을 이뤘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 전 인터넷 사업에 먼저 발을 들여놓았다. 2000년 100억원의 자본을 들여 e삼성을 설립해 운영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당시 인터넷 계열사 오토에버닷컴 등의 지분을 보유, 인터넷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IT 거품이 꺼지면서 이들의 인터넷 사업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이 사장과 정 부회장은 각각 그룹의 주력업종인 전자와 자동차에서 경영수업을 받으며 경영권 승계가 착착 진행 중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장남인 김동관씨를 리스크가 큰 한화솔라원의 기획실장에 임명했다. 한화솔라원은 신성장동력산업인 태양광 사업을 하는 업체로 애물단지 논란에 휩싸이며 일부 기업들은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한 상태다.
최근에는 계열사 지원이나 유통망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려는 2, 3세 경영인들이 늘고 있다. 명품이나 외제차, 서비스 업종이 대부분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둘째딸인 이서현씨가 부사장으로 있는 제일모직은 2008년부터 해외 명품 브랜드 수입업을 시작해 이세이미야케, 꼼데가르송, 토리버치 등을 수입해 팔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창립을 주도한 신세계인터내셔널은 조르조 아르마니, 코치, 돌체앤가바나 등 명품을 들여온다. 롯데쇼핑 신영자 사장의 아들 장재영씨가 운영하는 비앤에프통상은 폴스미스, 캠퍼 래들리 등 외국 패션 제품을 수입·유통한다.
재벌가 아들들은 수입차 사업에 관심이 많다. 두산그룹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이 이사로 있는 DFMS(옛 두산모터스)는 혼다, 재규어, 랜드로버 등을 수입해 판매한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세 아들들은 벤츠 딜러인 더클래스 효성, 도요타 딜러인 효성도요타의 지분을 각각 3.48%와 20%씩 보유 중이다. GS그룹도 수입차 딜러 계열사를 갖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면세점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재벌 2, 3세 경영인들이 서비스업에 몰리는 것은 사업 리스크 없이 안전하게 수익을 올리면서 잡음 없이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