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빵집’ 논란] 英 파이낸셜타임스 “한국 재벌 빵집 논란 문제의 핵심 비껴가”

입력 2012-01-29 19:17

정평 있는 영국의 경제 일간지인 파이낸셜타임스(FT)가 대기업의 제과·제빵 사업과 관련한 한국 내 논란을 전하면서 정치권이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벌들이 벤처 등 기업가의 혁신 의욕을 말살시키고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구조적 문제는 도외시한 채 겉치레에 불과한 ‘빵 사업 영역 문제’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27일(현지시간) ‘한국:재벌과의 빵 싸움(Korea:bun fight with the chaebol)’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총선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소규모 제과·제빵업자들을 끌어들여 대중적 인기를 높이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한국 경제를 지배하는 삼성, 현대, LG 등 재벌 가문의 딸들이 전통적으로 소규모 업체가 주도해 온 영세 음식업종까지 진출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게 정치권의 논리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논지는 인상적(dramatic)이지만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영세 자영업의 구조조정과 진정한 사회 안전망 제공이라는 실질적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문제는 케이크가 아니라 한국이 일본이나 독일식의 소규모 전문기술 기업을 양성하는 길을 재벌이 막고 있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며 “한국에서 기업가가 혁신적인 기술을 갖고 사업을 시작하면 재벌이 이를 인수해 회사 직원과 자산을 빼앗아버린다. 이에 따라 한국은 여전히 기술 부품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재벌이 신생 업체의 우수한 인력들을 동물원에 집어넣어 재능을 파괴한다”는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말도 소개했다.

이어 “안 원장처럼 완전히 정치권 밖에 있던 인물이 아시아 4위 경제 대국을 경영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면서 “하지만 기성 정치인들이 계속 빵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안 원장이 그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