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빵집’ 논란] “동네빵집 삼키는 공룡” VS “순수 제빵전문업체”… 숨죽인 파리바게뜨·뚜레쥬르
입력 2012-01-29 22:26
경기도 구리시에서 빵집을 하는 장모(44)씨는 요즘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구리시내에만 파리바게뜨가 10여개, 뚜레쥬르가 5개나 들어서 성업 중이어서 동네 빵집은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동네 빵집들의 서러움도 털어놨다.
장씨는 “모 프랜차이즈는 자기 브랜드로 바꾸라고 했다가 거절하면 바로 옆에 빵집을 내는 식으로 굴복시키는 걸 수차례 봤다”고 했다. 한때 제과점을 3개까지 운영했던 그는 “그들에게 굴복하느니 적게 벌어도 내 빵집을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재벌가 빵집’ 논란이 불거지면서 전국에 대규모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를 운영 중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도 언제 불똥이 튈지 몰라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동네 빵집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사실 몇 개 되지 않았던 ‘재벌 빵집’보다는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 같은 대규모 프랜차이즈들이기 때문이다.
호텔신라와 현대차그룹 등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이들 프랜차이즈는 한발 비켜서 있다.
27일 제과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이 파리크라상,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과 함께 운영 중인 파리바게뜨는 공격적인 확장 영업으로 가맹점 수가 3000개를 넘어섰고, 뚜레쥬르는 CJ그룹 계열로 전국에 1400개 가맹점을 갖고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확장경쟁은 동네 빵집을 고사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프랜차이즈의 확장 전략 가운데 가장 비난을 받는 것은 이른바 ‘샌드위치 전략’ 또는 ‘트라이앵글 전략’이다. 동네 빵집에 간판을 자사 브랜드로 바꾸라고 요구했다가 거절하면 인근에 두개의 점포를 개설해 에워싸 굴복시키는 방식이다.
프랜차이즈에 가입해도 이런 저런 이유로 비용을 부담시켜 가맹점들의 불만이 높다. 멀쩡한 인테리어를 본사가 지정하는 업체를 통해 교체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거절하면 ‘계약해지’를 들이대는 방식도 논란이 됐다.
인테리어를 할 때마다 수천만원씩 드는데 장사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본사에 갖다 바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측은 고용창출 등 프랜차이즈가 갖는 긍정적인 효과는 감춰지고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은 혼자서는 창업하기 어려운 은퇴자가 상당수인데다, 가맹점이 하나 늘어나면 이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도 적지 않다”며 “기술이 없는 사람들에게 창업을 도와주고, 지역 상권도 살아나면 서로 윈윈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파리바게뜨는 베이커리를 중심으로 시작한 중소기업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재벌가 2, 3세가 하는 빵집과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 관계자는 “우리는 1997년 IMF 구제금융 당시 명예퇴직자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기존 빵집 옆에는 가맹점을 내지 않는 등의 룰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며 “이미 빵집이 포화상태라는 우려 때문에 2009년 이후 신규확장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다 가맹점을 해서 성공한 분들도 꽤 많은데 이 사람들도 보호받아야 할 자영업자들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