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또 용퇴론… ‘물갈이’ 바람잡기?
입력 2012-01-30 00:22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인 김세연 의원이 설 연휴를 거치며 잦아들었던 ‘이명박 정부 실세 퇴진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한 달 넘게 비대위 활동을 하면서도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튀는’ 언행을 자제했던 김 의원이 “이제는 때가 됐다”는 듯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김 의원은 29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당이 이토록 국민적 불신을 받게 된 근본원인을 제공한 분들이 그에 상응하는 결단을 내려줄 때”라고 말했다. 그는 “(결단 요구가) 대통령 탈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당내에서 책임 있는 인물들이 나올 때가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누구를 겨냥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스스로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며 더 이상 언급을 자제했지만 친이명박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과 안상수, 홍준표 전 대표 등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이 당내에 지배적이다. 김 의원은 “개인적 소신”이라며 박근혜 비대위원장과의 교감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번 언급은 이번 주 중 공천심사위의 구성을 앞두고 친이계 실세들의 자발적 퇴진을 유도하기 위한 여론몰이 내지 ‘물갈이’ 명분용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공천 국면에서 퇴진론을 제기한 게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친박근혜계를 대거 탈락시킨 ‘공천 학살’을 연상시킨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친이계 일각에서는 “친박근혜계 성향의 김 의원 발언에 뭐가 다른 수가 작용한 게 아니냐”며 강한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4년 전과 유사한 대대적인 낙천 작업을 염두에 둔 바람잡기라는 시각이다. 이재오 의원은 김 의원 발언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어른들이 철없이 나대는 아이들을 보고 질책할 때 쓰던 표현을 빗대 “천똥(天動)인지 지똥(地動)인지 모르고 날뛴다”고 썼다. 그는 “교회 가는 새벽 길에 누가 골목에서 불쑥 주고는 휙 가버린 편지 내용”이라고 소개했지만 김 의원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공심위원장 후보로는 정종섭 서울대 법과대학장, 손봉호 나눔국민운동 대표, 이석연 변호사, 강지원 ‘강지원생애봉사연구소’ 대표, 심재륜 전 고검장 등이 막판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등도 계속 거론되고 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후보군에 빠졌다고 복수의 관계자가 전했다. 공심위원으로는 박칼린 호원대 음대 교수 이름이 나돈다.
공심위의 활동에서 하이라이트는 전략공천과 ‘현역 25% 공천배제’가 될 전망이다. 현역 25% 교체를 위한 지역구 여론조사는 다음 달 20일 전후로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우 사무1부총장은 “전략공천지와 단수후보지 결정, 현역평가에 따른 하위 25% 공천배제 등은 서로 얽혀 있기에 선후 관계에 따라 진행되기보다는 거의 동시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공천 또는 단수후보 지역이 결정되면 나머지 지역구에 대해선 2월 말에서 3월 초까지 ‘개방형 국민경선’을 거쳐 후보를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