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댈러스서 ‘한-흑 갈등’… 한인 주유소 주인-흑인 주민 말다툼이 확산
입력 2012-01-29 19:02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휘발유 가격을 놓고 흑인 주민과 한인 주유소 주인 간 말다툼이 흑인사회의 집단행동으로 번져 폭동우려를 낳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현지 신문 파이널콜과 한인사회에 따르면 지난 9일 댈러스 남부 지역 박모씨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인근 주유소보다 비싸고 10달러 이하 결제 시 직불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데 항의하는 제프리 무하마드씨에게 박씨가 “다른 데 가라”고 대꾸했다. 이에 무하마드씨가 “당신이나 당신 나라로 가라”고 받아치자 박씨는 “그럼 당신은 아프리카로 가라”고 말했다는 것.
이에 무하마드씨는 흑인 주민들을 규합해 주유소 앞에 모여 “Don’t shop(여기서 물건 사지 마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주유소 내 편의점으로 들어가는 고객들에게 박씨가 “N자(검둥이) 등 인종비하 발언을 했다”, “(흑인) 여성들의 가방을 뒤지고 때렸다”고 쓰인 전단지도 돌렸다.
박씨 신고를 받은 경찰이 강제 시위 해산에 나서는 과정에서 일부가 다치자 주민들은 시청으로 몰려가 강력히 항의하는 등 소란이 빚어졌다.
시위대는 또 ‘전미유색인종발전협회(NAACP)’와 흑인계 이슬람 단체인 ‘네이션 오브 이슬람(NOI)’에 사건을 신고하고 대응조치를 요구했다. 무하마드씨는 NOI의 댈러스 지부장이다. 이들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시위 관련 동영상과 사진을 올리고 있다.
“탐욕스러운 한국인은 물론이고 모든 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은 미국을 떠나라”며 아시안 추방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댈러스 경찰은 마틴 루서 킹 목사 탄생기념일인 지난 16일 축하 퍼레이드에 참가한 흑인들이 박씨의 주유소를 지나치는 과정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폭동진압에 동원되는 경찰 병력을 배치하기도 했다. 미주 동포사회 지도층도 나서 NAACP 등을 상대로 대화와 설득에 나섰으나 반아시아 감정으로 확산된 상황이어서 사태가 쉽게 풀릴지 미지수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