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나온 南農 작품 위작 논란… “진품 아닐 가능성” 제기

입력 2012-01-29 19:02


전남 진도에서 열린 ‘남도예술은행 토요 그림경매’에 출품된 남농(南農) 허건(許楗·1907∼1987)의 작품 1점이 “진품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29일 전남문화예술재단에 따르면 지난 28일 진도 운림산방에서 열린 남도예술은행 토요그림경매에 남농의 작품을 포함해 모두 40점이 출품됐다.

그러나 경매에 참석한 한 미술인이 남농의 ‘강변산수’(가로 112㎝, 세로 33㎝·사진)에 대해 “그림의 상태로 봐 진품이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매를 주관한 전남문화예술재단은 의혹 제기를 받아들여 이 작품을 경매에서 제외했다.

재단 측은 경매를 의뢰한 회사의 작품 보증서가 있어 의심하지 않았지만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미술품감정협회에 재감정을 의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재단 측은 재감정 결과 진품으로 나올 경우 다시 경매에 부치고, 위작으로 판정되면 경매 의뢰 회사에 변상조치토록 할 방침이다.

이 작품은 담묵과 농묵의 단순화된 필선이 사용돼 강건한 형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평화로운 나루터 풍경이 인상적이다.

재단 측은 남농 작품 그림 2점, 미산(未山) 허형(許灐·1861∼1937) 그림 1점, 의제(毅齊) 허백련(許百鍊·1891∼1977) 그림 1점, 소전(素筌) 손재형(孫在馨·1903∼1981) 서예 1점에 대해서도 감정을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작품들도 위작 논란이 제기된 작품과 같은 곳에서 지난해 2월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을 제기한 미술인은 “어떤 작품인지는 모르지만 남도예술은행이 남농의 다른 그림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지역 미술계에서는 남도예술은행이 주로 신진 작가들을 돕는 활동을 했던 만큼 그 신뢰성에 흠이 가거나 파장이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남농은 전통 남화를 바탕으로 한국적 미술을 개척한 작가로 호남 화단의 쌍벽인 의제와 달리 현실적인 진경산수화를 개척하며 남종화의 맥을 형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진도=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