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주영기] 양대 선거와 복지논쟁
입력 2012-01-29 19:01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임진년에 펼쳐질 ‘정치드라마’의 향배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의 귀결점이라고 할 만하다. 시민사회의 정치 진출 성공 여부 등 유권자의 흥미뿐 아니라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변곡점을 찍을 유의미한 관전 포인트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를 이기고 지는 게임으로 볼 때 이런 관심거리만 흥미로운 것은 아니다. 국가운영, 혹은 나라 살림살이의 의제들에 대한 입장이 각축하는 장이 선거임을 감안한다면 올해를 달굴 정치드라마의 내용적 측면도 관심사다. 후보들이 어떤 정책 의제들을 카드로 들고 나올 것이며, 유권자의 마음은 이에 어떻게 교감해 표심으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것도 임진년 선거드라마를 보는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말뿐인 정치드라마 안 돼
이런 내용적 측면의 핵심에 복지 이슈가 포진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15년간 추구해온 탈규제·방임적 자유경제체제가 보통사람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그 결과 야는 물론,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까지 복지 확대에 방점을 두며 유권자의 마음을 달래는 형국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복지 담론이 선거판을 달굴 것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임진년 선거드라마의 복지 논쟁 혹은 담론은 어떤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될까. 최근까지 진행된 선별적 복지, 보편적 복지의 논쟁이나 파이를 더 키워 나눠야 한다는 성장 위주의 사고와 그 반대 입장 모두 공통된 관심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다른 입장들이라 할 수 있다. 복지에 얼마만큼의 우선적 가치를 두며 그에 따라 어느 정도의 사회 자원을 할당할 것인가라는 공통 주제에 대한 세분화된 응용문제들에 서로 상이한 답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 공통의 주제는 시공을 달리하는 인류 역사의 곳곳에서 그때그때 인간들의 다른 결정과 선택을 통해 반복적으로 가시화돼 왔다. 서구에서는 사회주의 문화가 사회체제 속으로 내면화된 북유럽에서 보편적 복지의 형태로 정착한 것이 그 한 선택의 예이다.
반면 구체제(앙시앙 레짐)의 폭압을 피해 신대륙에 정착한 이주민들은 개인 하나하나가 전체의 간섭과 방해를 최대한 받지 않고 능력껏 살아가는 체제를 추구해 왔다. 이것이 오늘날 미국 보수주의자 혹은 공화당의 입장으로 확립돼 복지 이슈에 대한 또 다른 선택의 사례로 남아 있는 것이다.
뿌리 깊은 복지 논쟁의 보편성을 감안한다면, 선별적 복지 혹은 보편적 복지에 대해 논의를 구체화한다는 사실 자체는 우리 사회가 보다 나은 선택과 결정을 내리는 여정에서 필요한 일이고 때문에 한편으론 반가운 일이다.
유권자, 지역현안 관심 가져야
올해 양대 선거에서 벌어질 복지 담론이 가치 논쟁 수준에만 머물지 않아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복지논쟁시대의 보건정책’을 출간한 고려대 의대 윤석준 교수는 보건의료정책 현장에서 “구체적인 정책현안에 대한 생산적인 논쟁보다 특정 방향성을 가진 거대 담론들이 정치권과 힘을 합해 소용돌이”치는 ‘이념 과잉현상’을 지적한 바 있다. 인류사적으로 반복돼온 복지논쟁이라면 우리 사회도 선거라는 정치 영역에서 이 논쟁을 진행하며 그 깊이를 더하는 것이 일정 정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쟁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도립의료원 문제나 무상급식 식재료의 원산지 문제 등 복지 현장에서 내려야 할 갖가지 선택과 결정의 문제와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것은 ‘삶에 기반 하지 않은 언어 중심의 정치드라마’의 또 다른 연출일 뿐이다. 이 드라마의 방영을 막기 위해 지역 복지 현안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주영기(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