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功臣들마저 몰락하는 임기말 MB정권

입력 2012-01-29 18:59

이명박 정권이 사면초가 양상이다.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실정(失政)을 나무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더니 급기야 정권을 지탱하던 주역들이 속속 명예스럽지 못하게 퇴진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레임덕을 분명히 알려주는 신호들이다.

대통령 친·인척들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측근들이 줄줄이 사법처리 된 데 이어 요즘엔 2007년 대선 당시 최고 의사결정 모임인 ‘6인 원로회의’ 멤버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원로회의는 이 대통령과 이 대통령 형인 이상득 의원, 이 대통령의 정치멘토이자 이상득 의원 친구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박희태 국회의장,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 김덕룡 전 대통령 국민통합특보로 구성됐었다. 이 대통령을 제외한 5인은 정권 출범이후 각자 맡은 분야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활동을 폈다. ‘만사형통(萬事兄通)’, ‘MB 복심(腹心)’ 등의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권력과 일정한 거리를 둬온 김 전 특보를 제외하고는 온전한 이가 없다. 이상득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이 10억원 이상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자 사실상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박 의장은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으로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처지다. 최 위원장은 측근 비리 여파에 휩쓸려 사퇴했다. 이재오 의원은 총선 불출마 압력을 받고 있다. 권력의 덧없음을 재확인하게 된다.

대통령 권위는 계속 추락하고 있다. 판사들의 대통령 조롱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한 경찰간부가 설 연휴 때 이 대통령으로부터 격려 메시지를 받은 뒤 “반드시 심판하겠습니다”라는 답신을 보낸 것은 대통령의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 대통령은 그제 청와대 직원 워크숍에서 임기가 끝날 때까지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표시했다. 민심은 멀어지고 정권의 중심축은 무너졌으나,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처한 대내외 상황이 좋지 않아 더욱 그렇다. 다만 이 대통령이 예전과는 다르게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그 중 으뜸이 레임덕을 인정하고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