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효성 담긴 ‘진하도’ 일반에 첫 공개… 국립중앙박물관 새해맞이 전시품 교체
입력 2012-01-29 18:06
조선시대 정조(재위 1776∼1800)는 1783년 아버지 장헌세자(사도세자)와 어머니 혜경궁 홍씨에게 존호를 올리는 행사를 마련했다. 비운의 아버지에게는 수덕돈경(綏德敦慶), 어머니에게는 자희(慈禧)라는 존호를 올렸다. 이때 행사를 그린 것이 ‘진하도(陳賀圖)’다. 정조의 화성행차 등을 그린 궁중행사도는 많지만 효심이 극진했던 정조가 부모를 위해 마련한 행사를 담은 것은 ‘진하도’가 유일하다.
실력이 뛰어난 도화서 화원이 그린 ‘진하도’는 어좌(御座)를 중심으로 줄지어 도열한 관원의 규모와 화사한 금 안료 채색 등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2010년 국립중앙박물관이 발간한 ‘조선시대 궁중행사도Ⅰ-서화유물도록 18집’을 통해 새롭게 조사·소개된 ‘진하도’가 일반에 처음으로 선보인다. 새해맞이 박물관 회화실 전시품 교체에 따라 31일부터 공개된다.
이번에 교체돼 새로 걸리는 그림은 93점이다. 인물화실에는 얼굴의 미묘한 음영처리가 돋보이는 남구만(1629∼1711) 초상화와 단원 김홍도(1745∼1806)가 그린 중국 고사인물화 ‘서원아집도(西園雅集圖)’, 윤두서(1668∼1715)의 ‘진단타려도(陳?墮驢圖)’가 소개된다. ‘진단타려도’는 청색과 녹색을 활용한 청록산수화풍 그림으로, 숙종이 친히 감상한 내용을 화면 위쪽에 시로 썼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산수화실에는 안견의 작품으로 전하는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와 그의 영향을 받은 양팽손(1488∼1545)의 작품으로 전하는 ‘산수도’를 전시한다. 겸재 정선(1676∼1759), 현재 심사정(1707∼1769), 능호관 이인상(1710∼1760) 등 조선후기 화가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화조영모화실에서는 물고기 그림으로 유명한 궁중화원 장한종(1768∼1815)의 ‘어해도(魚蟹圖)’ 8폭이 전시된다.
조선 3대 묵죽화가 중 한 명인 수운 유덕장(1675∼1756)의 ‘묵죽도(墨竹圖)’ 2폭과 민영익(1860∼1914)의 ‘묵란도(墨蘭圖)’, 수묵의 농담처리가 돋보이는 조속(1595∼1668)의 ‘노수서작도(老樹捿鵲圖)’도 함께 볼 수 있다. 오리 한 쌍이 노는 그림 ‘유압도(遊鴨圖)’로 유명한 홍세섭(1832∼1884)의 ‘영모도(翎毛圖)’ 8폭과 풍속화로 이름을 날린 신윤복(1758∼?)의 ‘투계도(鬪鷄圖)’도 선보인다.
용띠 해를 맞아 15세기 중엽 이래 16세기 전반에 활동한 석경이 그렸다는 ‘운룡도(雲龍圖)’와 가로 세로 각 2m에 달하는 대형 걸개그림 ‘운룡도’도 출품됐다. 여의주를 품고 구름 속에서 몸을 드러내는 용의 모습이 역동적이다. 새해 힘찬 기운과 함께 조선시대 회화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이번 교체 전시품은 작품 보존 필요상 장기간 오래 노출하기 어려워 5월 27일까지 공개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