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임벨 소리와 함께 나오는 아나운서의 마감 3분전 멘트에 서둘러 마권을 구입하기 위해 움직이는 경마꾼들의 모습.
탕! 출발 소리와 함께 내딛는 말발굽 소리와 꾼들의 “더 밀어! 밀어!…나와! 나와!”라는 고함 속에 과천경마장의 주말 하루는 시작된다. 꾼들의 눈은 광기로 빛나고, 표정은 무엇엔가 홀린 듯 들떠 있다. 흙먼지 속에 경주마들이 1착, 2착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면 이쪽저쪽에서 탄식과 환호 소리가 교차한다.
경마전문가 정인근(가명)씨는 “베팅한 것이 제대로 적중할 때 느끼는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서 한번 그 맛을 보면 자연스럽게 경마에 빠져든다”며 “그러나 쾌감은 잠시 뿐, 결국에는 돈을 잃게 마련이어서 대부분의 경마꾼들은 투자한 돈이라도 회수하려고 경마장을 찾고, 그러다 보면 경마에 중독되게 된다”고 말한다.
새벽의 어둠을 뚫고 도착한 강원도 정선군 강원랜드 아랫동네 사북. 모텔과 전당사(전당포) 간판의 불빛만이 시야에 가득하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자 강원랜드 카지노에는 간밤의 전투로 벌겋게 충혈된 눈과 초초한 표정의 사람들이 매표소 앞에 몰려들어 입장권을 구입한다. 10시 스피커의 입장개시 소리와 함께 20명씩 일확천금을 꿈꾸며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다. 전직 딜러인 이명순(가명·경력11년)씨는 “여기 오는 사람들은 게임을 즐기기보다는 딜러들과 신경전을 벌이며 어떻게 해서든 돈을 따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여가를 즐기는 건전문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한다.
“국민소득 증가로 국민들의 늘어나는 여가시간과 자연친화적 레저욕구를 충족시켜줌으로써 생활의 활력을 제공하고, 나아가 국민행복에 기여한다.”(마사회 홈페이지)
“편안하고 안락한 가운데에서 즐겁고 건전한 게임문화를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강원랜드홈페이지)
본래 설립 취지대로라면 즐거움, 행복, 안락, 건전, 활력이 넘쳐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기자가 다녀본 현장에는 불행, 피곤 불건전, 짜증 등이 곳곳에 쌓여 있었다. 빈부격차 증가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들이 이들의 일확천금에 대한 집착을 부추기지 않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진·글=최종학 기자 choijh@kmib.co.kr
[앵글속 세상] “한방에 인생역전” 꿈꾸다 ‘꿈’까지 저당잡힌 인생… 도박공화국 현장을 가다
입력 2012-01-29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