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美, 민주화 조치 싸고 긴장고조
입력 2012-01-27 19:16
미국과 중동지역 우방인 이집트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집트 군부의 더딘 민주화 조치를 놓고 양국이 군사원조 중단 경고와 미국인 출국 금지 등 강공으로 맞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레이 라후드 미국 교통부장관의 아들 샘 러후드 등 최소한 10명의 미국인과 유럽인이 비정부기구(NGO) 활동과 관련해 이집트에서 출국 금지됐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말 실시된 이집트 총선 감시 활동을 했던 국제공화주의연구소(IRI)의 이집트 프로그램 담당 국장인 샘 라후드는 지난 21일 부인과 함께 이집트에서 출국하려다 공항에서 ‘비행금지자 명단’에 올랐다며 항공기 탑승을 제지당했다.
러후드와 함께 미국인 2명을 포함해 IRI 활동가 4명이 출국 금지당했으며, 민주주의연구소(NDI)에서도 3명의 미국인을 포함, 6명이 출국 금지자 명단에 올랐다. NDI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설립했으며 IRI는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소장이다.
러후드는 “카이로국제공항에서 출국 금지당했을 때 그 이유를 물어도 출입국 직원은 모른다고만 답했다”며 “(출국 금지가) 이런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암울한 징조”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NGO를 운영하고, 미등록 NGO로부터 월급 등 자금을 지원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변호사한테서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이집트 군부는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붕괴 후 군 최고위원회(SCAF) 퇴진을 요구하는 자국 시위대의 배후에 ‘외국의 손’이 있다고 의심해 왔다. 러후드가 억류되기 바로 전날인 20일 오바마 대통령은 이집트 군부 실세인 탄타위 군 최고위원회 위원장과 1시간가량 전화통화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집트 군부가 얼마나 구체적인 민주화 조치를 이행하는지에 따라 이집트에 대한 원조를 결정하려는 미 의회의 움직임을 소개하며 올해 이집트에 대한 군사원조가 집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말 이집트 정부가 IRI, NDI, 국제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 등 비정부기구(NGO)들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일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인들에 대한 출국 금지 소식에 미 국무부 마이클 포즈너 인권·노동 담당 차관보는 “향후 이집트에 대한 군사원조가 ‘조건부’로 주어질 수 있다는 것은 미 의회의 당연한 권리”라고 경고했다. 이집트에 대한 미국의 원조는 1979년 이집트-이스라엘 평화협정 체결 이후 이에 대한 ‘대가’로 제공되기 시작했으며, 연간 13억 달러에 달한다. 지원은 대부분 군사부문에서 이루어진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