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군에 ‘장학금 릴레이 기부’ 훈풍… 임기승·문순호·유삼순씨 어렵게 모은 돈 잇달아 쾌척
입력 2012-01-27 19:08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에도 지역의 인재 양성을 위해 장학금을 내놓는 전남 보성 시골 노인들의 ‘릴레이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27일 보성군에 따르면 지난 12일 벌교읍에서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임기승(70) 할아버지가 군(郡) 장학재단을 찾아 “지역 인재육성에 써 달라”며 1000만원을 기탁했다. 임 할아버지는 군 장학재단 측에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으나 공무원들의 설득으로 뒤늦게 기부사연이 알려지게 됐다.
임 할아버지는 “나보다 더 어려운 형편에 있는 할머니가 날품팔이로 모은 1000만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했다는 소식에 감동받아 동참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생 가슴에 품어 온 일을 드디어 하게 돼 기쁘고 장학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선친의 뜻을 이제야 받들게 돼 한을 풀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뇌졸중으로 일상생활이 힘든 가운데 전립선암 수술까지 받았으며, 부인 양경자(61)씨도 최근 큰 수술을 받아 형편이 어려운 상태였다.
앞서 보성군 복내면 복내리 문순호(85) 할아버지도 이달 초 날품팔이를 하며 평생 한 푼 한 푼 아껴 모은 1000만원을 복내면사무소에 기탁했다. 문 할아버지는 “어린시절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한을 대신하고자 가정형편이 어려운 후학들을 위해 적지만 장학금을 내놨다”고 말했다. 복내면 주민들은 문 할아버지의 이름을 딴 장학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달 2일에는 벌교읍에 사는 유삼순(76) 할머니가 과수원 날품팔이와 꼬막잡이 그물 수선비를 모아 마련한 1000만원을 군 장학재단에 기부했다.
유 할머니는 “나이가 들수록 어려서 못 배운 자신의 처지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공부를 포기했던 자식들이 생각나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결심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장학금 기부소식이 알려지면서 어려운 분들이 더욱 관심을 가져주신다”며 “소중한 돈인 만큼 지역 인재를 훌륭히 키우는 데 값있게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보성=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