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전격 사퇴] 개국공신 ‘6인회의’ 권력 뒤안길로
입력 2012-01-27 18:58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전격 사퇴함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정치’도 막을 내리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큰형님’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실세’ 이재오 의원, ‘정치9단’ 박희태 국회의장에 이어 ‘이 대통령의 멘토’ 최 위원장까지 권력 뒤편으로 물러나 버렸기 때문이다.
‘영포 라인’ ‘형님 예산’ 등의 유행어까지 양산했던 이상득 의원은 보좌관이 이국철 SLS그룹 회장과 제일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본인까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는 처지가 됐다. 이 의원은 지난해 말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이재오 의원은 당 비상대책위원회와 친박근혜계로부터 친이명박계 실세로 낙인찍혀 4·11 총선 공천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4년 연임 개헌을 하겠다는 야심 찬 각오로 특임장관직에 올랐지만 소임을 다하지 못한 채 당에 복귀했고 친이계 대표선수로 박 위원장과 경쟁하겠다던 정치구상 역시 깨졌다.
2007년 대선후보 당내경선 때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박 의장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의 직격탄을 맞았다. 보좌관 등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여야로부터 의장직 사퇴와 정계은퇴 압박을 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지난 대선 당시 캠프의 최고의사결정기구였던 ‘6인 회의’ 멤버들로, 현 정권 개국공신이다. 멤버 중 이 대통령을 제외하면 권력 전면에 남아 있는 이가 없다. 더욱이 김덕룡 전 대통령 특보만 별 소음 없이 물러났고 나머지 4인은 다 이런저런 권력비리와 연결돼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들도 줄줄이 낙마했다.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SLS그룹 구명로비 혐의로 구속됐고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부산저축은행 비리 연루 혐의로 수감됐다.
한편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최 위원장이 25일 청와대를 방문해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직접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대통령이 말렸지만 본인 뜻이 워낙 강해 (사의를) 수용했다. 이 대통령이 대단히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 종합편성채널 선정 과정에서 문제가 된 부분들에 대한 부담감과 정용욱 전 정책보좌역의 수뢰 의혹에 따른 관리책임을 느끼고 사의를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 사퇴에 대한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한나라당 황영철 대변인은 “최 위원장이 부하직원의 금품비리 연루 의혹과 관련해 사임을 결정한 것은 매우 적절하고 책임 있는 행동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방통대군’으로 불리며 종합편성채널에 특혜를 주는 등 한국 언론시장을 황폐화시킨 최 위원장의 사퇴는 만시지탄”이라며 “이제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